[딱TV]법으로 동화 뒤집어 보기
옛날 옛적에 턱에 큰 혹이 달리고 노래를 매우 잘 하는 착한 혹부리 영감이 살았다. 어느날 나무를 하다 해가 진 탓에 빈집에서 밤이슬을 피하게 됐는데, 무서운 마음에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빈집이 사실 도깨비들의 모임 장소였다.
노래를 듣고 감동한 도깨비 두목은 혹부리 영감에게 "그 노래는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었고, 지혜롭던 혹부리 영감은 '혹'에서 노래가 나온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도깨비는 금은보화와 혹을 맞바꾸자고 부탁했고, 혹부리 영감은 못이기는 척 혹을 팔아넘긴다. 혹을 떼었을 뿐만 아니라 큰 부자가 돼 행복하게 살았다.

'혹부리 영감'이라는 동화는 조선시대 중기 문신이었던 강항의 '수은록'(睡隱錄)에 기록돼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혹부리 영감은 일본에서 유래했다. 우리가 전래동화로 알고 있던 혹부리 영감이 사실은 일본의 10대 동화 중 하나인 '혹부리영감'(瘤取り爺)을 모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동화에서 가장 착한 인물은 도깨비다.
혹부리 영감을 읽으며 지혜로운 혹부리 영감의 임기응변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른이 돼서 다시 읽는 혹부리 영감은 과연 이 사람이 착한 사람인지 의심하게 된다.
동화는 혹부리 영감이 ‘착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되지만, 사실 혹부리 영감의 선행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혹을 떼고 온 '착한' 혹부리 영감을 보고 자신의 혹도 떼보겠다고 그 빈집에 찾아간 이웃 마을 혹부리 영감을 '나쁜' 혹부리 영감으로 비교했을 뿐이다.
마치 처음 혹을 뗀 혹부리 영감이 착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 '착한' 혹부리 영감이 보여준 행동은 도깨비를 속여 넘긴 '꼼수' 뿐이다.
오히려 이 동화에서 가장 순수하고 착한 것은 도깨비다. 밤길을 친구들과 지나다 노래 소리에 감동하고, 낯선 사람에게 배움을 구하는 모습이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는 새롭게 보인다.

도깨비를 속인 혹부리 영감의 죄는?…
혹부리 영감의 노래가 혹에서 나온다는 거짓말 자체는 죄가 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던 착한 도깨비와 농담으로 주고받을 만한 이야기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도깨비와 '거래'를 하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가 금은보화를 줄테니 혹을 팔라고 제안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노래가 혹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으면서, 금은보화를 노리고 거짓말을 계속 했다. 더이상 거짓말이 농담이 아니게 된 것.
'사기'는 적극적으로 남을 속이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착각한 부분에 대해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이득을 취한 경우에도 죄가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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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기죄의 요건이 되는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한다.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즉, 상대방에게 알려줘야 할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상대방의 착오를 알면서도 깨우쳐주지 않은 것을 포함한다.
일반적인 '거래'를 할 때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상대방이 만약 이를 알았다면 거래에 응하지 않았을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알려줘야 한다(고지 의무)는 해석이다.
혹부리 영감도 도깨비가 사실을 알았다면 혹을 사지 않았을 것을 알면서도 '기망'했다. 그러니 응당 '사기죄'로 처벌 받아야 할 것이다.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데, 사기죄를 저지른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만약 사기로 얻게 된 금액이 큰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5억원 이상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인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평생을 부자로 살 수 있을 만큼 금은보화를 받은 혹부리 영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낭만파괴법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10월 14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