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보다 힘들다는 전통시장 상인들…'동네 생태계' 종합적 해법 고민해야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에는 금붙이를 파는 손님이라도 있었지. 이제는 (물건이)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팔지도 않아. 사는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없고”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금은방 상인)
“어렵다고 어렵다”고 하기도 지쳤단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 11곳을 돌며 만난 상인들은 이런 경기 침체가 20년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싸늘한 밑바닥 경기는 썰렁해진 서민들의 지갑 사정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소비 여력이 줄어든 단골손님들은 전보다 시장을 덜 찾고 덜 산다. 자양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상인은 “IMF 때보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온기가 사라진 전통시장에는 얼음장 같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가 집약돼 있었다. 고령화와 노인빈곤 현상이 대표적이다. 상인도 손님도 가난한 노인들이다.
“손님들이 대부분 노인이라서 카드를 쓰지도 않아. 얼마나 쓰겠어. 2000원어치, 5000원어치 사는게 전부지. 상인들도 대부분 60대, 70대가 많지. 신식 물건을 지원해줘도 쓸 줄 몰라” 카드결제 인프라가 사실 별 필요 없다는 인현시장 한 상인의 말이다.
조물주보다 높다는 ‘건물주’와 세입자의 갈등도 있다. 30년 이불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매출은 떨어져도 임대료는 쉼 없이 오른다”며 “비 가림막 같은 현대화 시설을 설치할라치면 건물주들이 반대해서 추진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재개발 후 새 아파트 입주자와 기존 마을 주민 사이에 생기는 보이지 않는 담도 전통시장 주위에 생겼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동네 주민과 대형 마트에 가는 아파트 주민은 바로 옆에 살아도 섞이지 않는 계층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난제다. 문제가 얽히고 설켰다. 단순한 물적 지원만으로 해법을 찾기 힘들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시장에 드나들며 뻔한 공언을 내뱉는 것 역시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나이, 소득·자산, 주거환경 등으로 단절된 지역 사회의 연결고리를 회복하는 방안과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시장을 중심으로 한일명 ‘동네 생태계’ 청사진이 그것이다. 대개 전통시장은 지리적으로 한 동(洞)의 중심에 있다. 이를 살려 상품 매매는 물론 문화생활과 교류의 역할을 키우는 종합적 방안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