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실은 무시하고 이익만 보는 이상한 세금

[기자수첩] 손실은 무시하고 이익만 보는 이상한 세금

황국상 기자
2017.06.02 04:03

[the L]

세금은 기준금액인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서 정해진다. 과세표준이 크면 그만큼 세금이 늘어난다. 과세표준을 구하는 방식이 꼬이면 납세자의 불만도 커진다.

펀드 투자자 A씨의 사례가 그랬다. 2015년 A씨는 보유하던 펀드에서 발생한 배당소득 등 이익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냈다. 이후 펀드를 환매하면서 손실이 나자 A씨는 "기존에 납부한 세금의 과세표준에서 손실을 차감한 금액이 과세표준이 돼야 한다"며 세금 일부를 환급해줄 것을 청구했다.

"펀드에서 발생한 이익을 과세소득으로 삼는다면 발생한 손실도 과세소득에서 차감해야 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이에 세무당국은 "손실이 발생할 때 이를 합산할지 말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에 불과하다"며 "현행 소득세법이 손실을 공제한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식에 입각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세심판원 역시 "소득세법상 펀드 배당소득 과세표준을 '손익'이 아닌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등 이유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금융회사 B사의 경우는 달랐다. B사 역시 교육세를 부과할 때 과세표준에 이익만 반영하고 손실은 반영하지 않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B사의 사안은 보유하고 있던 통화선도·스와프의 평가이익만 과세표준에 산입되고 평가손실은 제외되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세무당국과 조세심판원은 A씨 사례와 마찬가지 이유로 B사의 주장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사는 서울행정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행정법원은 "파생상품의 평가이익만 과세표준에 산입하고 평가손실 부분은 과세표준의 차감항목으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세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B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B사에 적용된 이 법리는 A씨와 같은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식양도소득의 경우는 이익·손실을 합산해 과세표준이 정해지지만 A씨가 가입한 펀드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배당소득'으로 간주된다.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이익만 과세표준에 잡힐 뿐 손실은 과세표준에 반영되지 않도록 돼 있었다.

한 대형로펌 조세팀에서 근무하는 회계사는 "법인세·교육세 등 법인에 부과되는 세목에 대해서는 이익·손실을 합산해 과세표준에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도 "A씨 사안처럼 펀드에서 발생한 이익은 배당소득으로 간주돼 이익과 손실을 고루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A씨와 같은 억울함을 없애려면 자본소득을 양도소득세로 일원화하는 등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납세자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려면 시스템 역시 상식에 맞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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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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