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기범 잡다가 '마약 수배범'까지 검거한 늦깎이 경찰

중고거래 사기범 잡다가 '마약 수배범'까지 검거한 늦깎이 경찰

김지은 기자
2023.06.19 08:00

[베테랑]충남 천안서북경찰서 수사과 김주희 경장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충남 천안서북경찰서 수사과 김주희 경장 /사진=본인 제공
충남 천안서북경찰서 수사과 김주희 경장 /사진=본인 제공

"중고거래를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판매자가 연락이 안돼요."

지난 3월9일 천안 서북경찰서에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서 서울페이 상품권을 구매하기로 하고 18만원을 송금했는데 판매자가 연락이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사건이 접수됐을 때만 해도 모두가 단순 사기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사건 배후에는 비밀 하나가 숨어있었다. 마약 수배범이 연루돼 있었던 것이다.

마약과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상황 속에서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사람은 4년차 경찰관, 김주희 경장이었다.

계좌 명의자와 휴대폰 명의자가 다르다?
계좌번호 명의자 B씨가 운영한 불법 PC방. /사진=독자제공
계좌번호 명의자 B씨가 운영한 불법 PC방. /사진=독자제공

김 경장이 알고 있던 정보는 두 가지였다. '당근마켓' 앱에 남아있던 판매자 휴대폰 번호. 그리고 피해자가 돈을 보냈던 계좌번호.

김 경장은 우선 판매자 휴대폰 번호를 조회해 명의자 이름을 알아냈다.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끝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계좌 압수수색을 진행해 계좌번호 명의자 이름, 휴대폰 번호 등을 조회했다. 그런데 휴대폰 명의자와 계좌번호 명의자 이름이 달랐다. 계좌번호 명의자는 다행히 연락이 닿았지만 그는 "상품권 판매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경장은 이번 사건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판매자가 돈을 목적으로 했다면 다른 사람의 계좌번호가 아닌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줘야 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사람의 전과 기록을 살펴봤다. 휴대폰 명의자 A씨는 다수의 사기 전과가 있었다. 계좌번호 명의자 B씨는 마약 수배범으로 과거에서 대마를 상습 투약한 전력이 있었다.

김 경장은 "단순 사기 사건이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두 사람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먼저 B씨가 지금까지 마약을 투약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신병을 확보하기로 했다. 김 경장은 B씨의 계좌 거래 내역을 분석해 그가 자주 가는 장소들을 추려냈다. 그 결과 B씨가 작은 불법 PC방을 운영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다음날 김 경장은 팀원 8명과 함께 잠복 수사에 들어갔다. 밤낮으로 PC방 주변을 서성이며 B씨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열흘이 지난 4월21일 오후 9시쯤 무전기에서 "B씨가 PC방 안에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김 경장은 "미친듯이 현장에 뛰어갔다"며 "그 때는 B씨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검거된 B씨는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B씨를 검거하자 사건이 풀렸다. 지난 3월9일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불법 PC방을 이용했다. A씨는 돈이 없어 이용료를 낼 수 없었고 결국 중고거래 앱에 서울페이 상품권을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 그리고는 피해자가 B씨 계좌로 돈을 보내게끔 했다. A씨와 B씨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였다.

A씨는 사기 혐의로, B씨는 마약류관리위반혐의로 지난 4월27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김 경장은 "B씨가 PC방에서 마약을 판매했는지 A씨 역시 대마를 흡입했는지 등을 추가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결혼·출산 이후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꿈, '경찰'

충남 천안서북경찰서 수사과 김주희 경장 모습. /사진=독자제공
충남 천안서북경찰서 수사과 김주희 경장 모습. /사진=독자제공

김 경장은 2020년 입직해 지구대에서 1년6개월, 천안 서북경찰서 수사팀에서 3년간 근무했다. 수사팀에서 배운 경험들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한달에 인터넷 물품 사기 사건이 200건 정도 들어오는데 마약 수배범이 연루된 일은 거의 없었다"며 "그동안 비슷한 사건을 많이 다뤄본 덕분에 특이점을 빠르게 파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10살짜리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경찰을 꿈꿨지만 대학 졸업 이후 결혼, 출산을 하면서 잠시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도 경찰을 딱 하루만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이가 3살이 됐을 때 지금이 아니면 정말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3년5개월 동안 수험 생활과 육아를 병행했다. 그는 "시험 준비가 길어지다보니 심신도 힘들고 아이한테도 너무 미안했다"며 "8번째 시험 때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그 시험에서 합격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때 김 경장 나이가 31살이었다.

김 경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사소한 단서도 쉽게 넘어가면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 수사과, 형사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찰 경험을 쌓고 싶다. 오랫동안 경찰을 꿈꾼 만큼 남은 기간도 무탈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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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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