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 전문 경찰 책임수사관에 도전하는 형사들이 늘고 있다. 경찰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수사관 자격관리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총 195명의 책임수사관을 뽑았다. 이번 책임수사관 시험의 합격률은 8.4%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2일 제4회 책임수사관 25명에 대한 인증서 수여식을 진행했다. 수사 분야 13명, 형사 10명, 사이버에서 2명이 뽑혔다. 각 분야별 합격률은 △수사 11.4% △사이버 10.5% △형사 6.2%다.

경찰청은 수사경찰관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0년부터 수사관 자격관리제도를 운영 중이다. 경찰관 중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수사관은 시험을 통과해 수사 자격증인 '수사경과'를 취득해야 한다.
수사경과 취득자는 △예비수사관(수사부서 전입 전) △일반수사관 △전임수사관(경력 7년 이상) △ 책임수사관(경력10년이상) 등 4단계 등급으로 나뉜다. 이중 책임수사관 시험은 대입 수능을 방불케하는 필기시험과 수사실적, 경험까지 어우러져야 해 난이도가 매우 높다. 단순히 법지식만 많다고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란 뜻이다. 변호사 특채로 경찰에 입직한 수사관들도 책임수사관 시험에 다수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시자들은 100여쪽에 달하는 가상의 수사자료를 건네받고 실제 수사 보고서를 작성하듯 영장신청, 질의 사항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 시험 문제는 변호사 자격증 보유자, 박사학위 소지자 등으로 구성된 출제위원들이 2주간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출제한다.

경찰청이 인정한 '수사통'인 책임수사관 자격을 취득하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다. 경찰청은 내부지침으로 책임수사관 자격 취득자에게 팀장과 계장 등 지휘권을 가진 보직을 우선 부여한다. 인사 후 부서를 배치 할때도 책임수사관이 지망하는 곳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인사발령 땐 비고란을 통해 수사관 등급도 공개한다.
또 수사관 입장에선 단순 승진이 목표가 아닌 자신의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 제도를 통해 자격을 인정받고 목표가 생기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쌓는 로드맵을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관들 사이에선 책임수사관제도를 계급과 무관하게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디딤돌로 본다. 한 여성 책임수사관은 "책임수사관은 수사관 사이에서 큰 사건도 수사하면서 후배를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책임수사관 자격을 취득한 경찰관 195명 중 6명이 여성이다.
올해 책임수사관 자격을 취득한 김준형 서울 도봉경찰서 경위는 "수사관으로서 최고의 영예"라며 "군이나 관세청, 철도청 등 특별사법경찰관이 소속된 여러 외부 기관에서 책임수사관을 더 인정해 주고 강의 등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국민에게도 책임수사관은 꼭 필요하다. 이들이 거둔 수사 성과가 혁혁하기 때문이다. 4명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한 '인천 건축왕'의 800억원대 규모의 전세사기,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건 등 국민들이 기억하는 주요 사건들은 책임수사관들이 도맡아 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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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건축왕 사건은 무자본 갭투자 수법의 전세사기건 중 처음으로 몰수·추징 보전이 인용된 사례인데, 이 과정에서 올해 책임수사관 시험에 합격한 신선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위의 역할이 컸다. 신 경위 덕분에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등을 통해 피해액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4회 책임수사관부터 일선 수사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스스로 역량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수사관 사이에서 조성됐고, 이는 곧 경찰 수사역량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