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검이 특별하지 않은 사회

[기자수첩] 특검이 특별하지 않은 사회

안채원 기자
2025.11.10 05:47

우리나라에 특별검사 제도가 도입된 건 1999년이다. 한국조폐공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터진 게 계기가 됐다. 이후 지난해까지 25년 간 총 15개의 특검이 가동됐다. 단순 계산으로 1년에 평균 약 1.6개의 특검이 출범한 것이다.

'특별'이라는 표현의 전제는 희귀성이다. 특검은 말 그대로 특별한 상황에만 출범하는 조직이다. 왜 그럴까. 특검엔 수많은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 에이스들이 차출되며 별도 예산이 배정된다. 일반 수사팀보다 폭넓은 공보 활동이 가능하다. 평소라면 인권 탄압으로 비판 받았을 수사 방식도 특검이기에 양해 받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런데 특검이 지닌 특별한 조직이라는 특성이 옅어지고 있다. 올해는 무려 4개(또는 5개)의 특검이 출범한 초유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관봉권 띠지 분실 및 쿠팡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상설 특검을 지시해서다. 이전부터 특검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현실화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3대 특검만으로도 이미 피로감이 컸기 때문이다.

3대 특검의 활동이 길어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3대 특검 내부에서는 심심치 않게 파열음이 들린다. 파견 검사들의 원대복귀 요청에 혼란을 겪던 김건희 특검팀은 일부 검사들을 순차적으로 돌려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받고 있다. 수사가 마무리된 수사팀의 검사들을 정리하는 수순이란 설명이지만,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게 맞냐"고 비꼬았다.

계속된 파견으로 검찰청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정작 중요하게 챙겨야 할 민생사건의 미제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온다. 이렇듯 퍽퍽한 상황에서 상설특검을 출범시킨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법무부는 그동안 검찰에 '제 식구 감싸기'가 만연했던 만큼 검찰의 내부 감찰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5선 의원인 법무부 장관이 지시한 특검의 수사 결과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또 믿지 못하고 반발할 게 불보듯 뻔하다. 우리 사회의 무너진 신뢰를 정말 특검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함께 돌아볼 때다.

안채원 머니투데이 기자.
안채원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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