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데려다 달라" 운동하고 다리 풀린 남성 119에 '생떼'...며칠뒤 민원까지

"집에 데려다 달라" 운동하고 다리 풀린 남성 119에 '생떼'...며칠뒤 민원까지

류원혜 기자
2025.11.26 06:25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뉴시스

하체 운동해서 다리가 아파 집에 못 가겠다는 이유로 119에 신고한 남성 사연이 전해져 공분이 일고 있다.

119 종합상황실에서 일하는 현직 소방공무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신고와 민원을 접하지만, 저에게 직접 들어온 민원은 처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최근 젊은 남성으로부터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 B씨는 "다리에 힘이 풀려 길에서 주저앉았다"고 상황을 알렸다. 음주 여부를 묻는 말에 B씨는 "술 안 마셨다. 오늘 하체 운동을 해서 집에 못 가고 있으니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응급실 이송은 가능하지만 집에 모셔다드릴 수는 없다. 택시 타고 가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씨는 출동 거부 사유를 납득하지 못했고, A씨는 같은 내용의 안내를 반복해야 했다.

A씨는 "응급실 가실 게 아니면 부모님께 연락하거나 택시 타고 가셔야 한다"며 "하체 운동하고 집에 못 간다고 119에 신고하시면 어떻게 하냐. 그러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제가 먼저 언성을 높였다. B씨는 제가 불친절하다면서 관등성명을 물어봤다"며 "통화가 종료되고 약 20분 뒤 B씨가 집에 갔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전화했다. 귀가했다 해서 '아까 안 좋게 말해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도망치듯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뒤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회의감이 들었다"며 "좀 더 지혜롭게 저를 조절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유를 묻지 않고 출동하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성격상 그렇게 하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119구급차는 위급 상황에 처한 응급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단순 외래진료자나 취객 등 비응급 상황에서의 구급차 이용은 제한된다.

현행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비응급환자의 구급 출동은 모두 거절될 수 있다. 허위 신고에 대해 최초 200만원, 2회 400만원, 3회 이상 5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하지만 신고자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이 제한적이다. 이에 119구급차 이용을 유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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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안녕하세요. 디지털뉴스부 류원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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