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눈과 굳은살 제거를 위해 4년여 동안 379차례 시술을 받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보험사가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보험계약의 무효를 다시 주장할 수는 없다고 보면서도, 티눈과 굳은살은 약관상 보장 대상이 아닌 피부질환에 해당해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보험 가입자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과 보험사가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7월 질병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수술 1회당 30만원의 질병수술비를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9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여러 병원에서 티눈 또는 굳은살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총 379차례 받았다. 냉동응고술은 액화질소 등을 이용해 병변 조직을 얼려 제거하는 시술이다.
A씨는 이 시술이 보험 약관상 수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일부 시술에는 보험금을 지급했고 지급액은 약 349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후 지급을 중단했다. 티눈과 굳은살은 약관상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피부질환에 해당하고, 나아가 A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보험계약 자체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2017년 A씨를 상대로 먼저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확인과 함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당시 법원은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험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보험사가 이미 지급한 보험금도 반환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2020년 확정됐다.
이번 소송에서도 보험사는 같은 주장을 펼쳤다. A씨가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시술을 받고 다수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 등이 새롭게 확인됐다는 이유였다.
1·2심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의 반복적인 시술 및 보험금 청구 행태 등을 고려하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계약이 유효하더라도 티눈과 굳은살은 약관상 면책 대상 질환에 해당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미 확정된 이전 판결이 존재하는 만큼 보험사가 동일한 보험계약의 효력을 다시 문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확정판결로 인정된 법률관계를 뒤집는 주장은 '기판력'에 반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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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법원은 보험금 지급 여부에 관한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봤다. 문제가 된 보험 약관에는 주근깨, 사마귀, 점, 모반 등 각종 피부질환으로 발생한 수술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있었다. 대법원은 티눈과 굳은살 역시 이 조항이 예정한 피부질환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보험계약은 유효하더라도 해당 시술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므로 보험사가 추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보험계약 무효 여부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지만, 티눈과 굳은살이 면책 질환에 해당한다고 본 판단은 정당하다며 원심 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