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영등포구, 정승우 기자] "2014년 첼시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경기만큼은 바꾸고 싶다."
스티븐 제라드가 웃음 섞인 표정으로 답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리버풀 팬들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는 장면이었다. 2014년 4월 27일, 안필드에서 열린 첼시전. 제라드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 중 하나다.
제라드는 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챔피언스 임팩트 인 서울'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바르셀로나 레전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카를레스 푸욜과 리버풀 레전드 루이스 가르시아도 함께했다.
이날 제라드는 커리어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와 결과를 바꾸고 싶은 경기를 묻자바꾸고 싶은 경기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잠시 미소를 보인 뒤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05년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다. 바꾸고 싶은 경기는 2014년 첼시전"이라고 답했다.
제라드가 말한 '첼시전'은 2014년 4월 27일 열렸다. 그날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2013-2014시즌 리버풀은 루이스 수아레스, 다니엘 스터리지, 라힘 스털링을 앞세워 폭발적인 공격 축구를 펼쳤고, 시즌 막판까지 맨체스터 시티, 첼시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다.
특히 3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 3-2 승리는 상징적이었다. 경기 후 주장 제라드는 동료들을 한데 모아 "우리는 노리치로 간다"라며 방심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원래는 다음 경기까지 집중하자는 주장다운 독려였다.
리버풀은 실제로 노리치 시티 원정에서도 3-2로 승리했다. 이제 남은 최대 고비는 안필드에서 열리는 첼시전이었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 우승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비극은 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최후방에서 볼을 처리하던 제라드가 볼 터치 실수 뒤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이를 놓치지 않은 뎀바 바가 공을 가로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고, 그대로 선제골을 넣었다.
리버풀은 후반 내내 첼시 골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경기 막판에는 윌리안에게 추가골까지 허용하며 0-2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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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패배로 리버풀의 우승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력 우승의 길은 끊겼다. 이후 리버풀은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3-0으로 앞서다 3-3 무승부를 허용했고, 결국 맨체스터 시티가 남은 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리버풀은 승점 84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제라드의 "This does not slip(미끄러지지 않겠다)" 발언과 첼시전 미끄러짐 장면은 이후 전 세계 축구 팬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밈 중 하나가 됐다. 원래는 우승 경쟁에서 흔들리지 말자는 의미였지만, 며칠 뒤 그 말이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되돌아온 셈이었다.
시간은 많이 흘렀다. 리버풀은 2020년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우승 한을 풀었다. 제라드 역시 지도자로 레인저스를 이끌고 스코틀랜드 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럼에도 2014년 4월 27일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다시 나온 제라드의 답은 짧았다. 그리고 충분했다.
"바꾸고 싶다."
웃으며 말했지만, 그 안에는 리버풀의 2013-2014시즌 전체가 담겨 있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