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분양가 인하의 속내는?

[기자수첩]분양가 인하의 속내는?

문성일 기자
2003.12.04 11:52

[기자수첩]분양가 인하의 속내는?

주택업계에 분양가 인하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파주 교하지구에서 참여업체들은 당초 720만∼730만원대까지 책정해 놓은 분양가를 평당 평균 30만원 가량 낮춰 분양승인을 받았다.

분양가 낮추기는 4일 청약접수를 받는 서울 11차 동시분양에서도 일어났다. 모두 16개 사업장 가운데 7개 사업장이 서울시 발표 당시보다 최고 7.0% 정도 분양가 인하를 단행한 것. 불과 며칠새 수백억원에 달하는 분양이익을 포기한 셈이다.

일견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업체들 스스로 조정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해당 자치단체의 인하 권고와 함께 최근 얼어붙은 신규분양시장을 우려,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어서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파주 교하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인 파주시측이 "평균 평당분양가를 700만원이하로 낮추지 않을 경우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어쩔 수없이 가격을 내린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11차 동시분양 역시 강남권마저 잇단 미계약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장기 미분양에 따른 금융비용 등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시장 안정과 소비자를 위한 자율조정라는 취지와는 거래가 먼 셈이다. 그나마 이처럼 분양가를 내렸음에도 대다수 단지들이 인근시세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

자치단체의 권고 등을 감안해 사전에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다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내려주는 시늉을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업계의 관행이다. 업체들은 이처럼 분양가를 낮춰도 가구당 수천만원씩의 이익을 챙긴다.

주택업계가 주장하듯 분양가 산정은 업체들의 고유권한일 수 있다.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고 선택에 따른 리스크는 해당업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현재 추진중인 분양가 원가내역서 공개가 법제화되는 상황만을 피하기 위해 시장안정을 운운하며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자율조정이라면 전혀 반갑지 않다. 업체들의 영원한 고객인 소비자들을 위한 진정한 자율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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