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재 등떠미는 카드사 구조조정
"어디 다른 데로 옮기고 싶은 데 마땅한 자리는 없고, 그렇다고 눌러 있자니 눈치가 보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뼈저리게 와 닿는다."
최근 만난 한 카드사 직원이 내뱉은 푸념이다. 말 그대로 회사가 나를 버리기 전에 다른 자리로 빨리 옮겨야 할지,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건 이 사람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취재차 한 카드사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그냥 나온 적이 있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나와 있는 랜선이며, 주인없는 책상 등마치 문을 닫아버린 사무실 같아서였다. 최근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카드업계의 쓸쓸한 풍경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구조조정에 따른 경비절감 효과 보다 더 큰 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감원 이후에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마치 장례식장에서 웃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침체되기 쉽고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 분위기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또 직원들은 계속 이어질지 모르는 인력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실패할 우려가 있거나 혁신적인 업무 변화를 기피하게 된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상대적으로 직장을 구하기 쉬운 유능한 인재들이 잇달아 회사를 떠나게 된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인원을 감축했느냐 보다는 얼마나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을 카드사 경영진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말이다.
이런 원칙은 카드사 인수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미 국내 전업계 카드사의 마케팅 능력이나 상품개발 능력은 미국과 일본에서 배워갈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런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붙아잡아 두는 것이 카드사가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