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카슈랑스 차라리 그냥 뒀으면

[기자수첩]방카슈랑스 차라리 그냥 뒀으면

김성희 기자
2003.12.17 22:09

[기자수첩]방카슈랑스 차라리 그냥 뒀으면

방카슈랑스가 시행된 지 넉달째다. 아직 손익계산서를 따져 보기에는 이른 감이 들지만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역시 대형 보험사가 실리를 챙기고 있는 것같다.

 

금융감독원은 처음 방카슈랑스 제도를 도입할 때 중소형 보험사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독점판매를 금지하고 은행마다 한 보험사의 상품 판매비중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이는 한 은행에서 독점판매를 꿈꾸던 외국계를 견제하고, 브랜드 인지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대형 보험사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50% 룰'이 오히려 대형 보험사를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아이러니다. 9월부터 11월말까지 생보사의 방카슈랑스 판매실적을 보면 교보생명이 3만6000건으로 가장 많이 판매했다. 2위는 동양생명.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는 신한생명과 AIG생명이 선두다.

 

아직까지는 교보생명을 제외하고는 중소형사나 외국계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12월부터는 '50% 룰'에 따라 은행들이 중소형사나 외국사의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기 힘들어 자연히 대형 보험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AIG생명의 비중이 65%를 기록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신한생명, 하나은행은 하나생명, 한미은행은 PCA생명의 실적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 보험사가 모두 중소형사와 외국계 보험사다.

 

따라서 은행들은 다른 보험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대형사로 몰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방카슈랑스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생명의 경우 이달초 5일동안 229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도 20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결국 중소형사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시행한 '50% 룰'이 거꾸로 대형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냥 시장논리에 맡기는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중소형사 관계자의 푸념이 가슴에 와 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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