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차입 대책' 1탄은 맛보기?

'외화차입 대책' 1탄은 맛보기?

이상배 기자
2007.07.13 08:16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지난 12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손수 발표한 '외화차입 억제 대책'. 잔뜩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반 새로울 게 없었다. '원화용 외화대출 제한', '외화차입금 손비인정 한도 축소' 2개가 다였다.

시장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91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오히려 0.9원 떨어졌다.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장중 연저점(917.1원)마저 내줬다.

외화차입금 손비 축소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게 중론이다. 그나마 원화용 외화대출을 사실상 금지키로 한 것은 좀 낫다. 외화대출을 상환하거나 원화대출로 돌리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달러 매수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환율 추이를 되돌리기에는 파괴력이 부족하다는게 외환딜러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외환당국자는 "이번 대책은 시그널일 뿐"이라고 했다. 진짜 '승부수'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12일 권 부총리가 발표한 대책 가운데 핵심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도 단기외채가 계속 증가할 경우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대목"이라고 했다. 아직도 쓸 카드가 충분히 남았다는 뜻이다.

최근 외환라인에서 권 부총리의 손에 쥐어준 카드는 약 10여가지. 권 부총리가 판단하기에 이 중 가장 '시장친화적'이고 '점잖은' 것만 2개 뽑아낸게 12일 대책이다.

권 부총리는 12일 대책 발표 직후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시장친화적으로 하는게 쉬운게 아니다. 한계가 많다"고 했다. 이어 "명분이 쌓이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가 기다리는 것은 '명분'인 셈이다. '반(反) 시장적'이라는 비판을 이겨낼 수단으로서다. 단기외채가 계속 증가해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면 될수록 권 부총리의 선택지는 넓어지는 셈이다.

한 당국자는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고 했다. 선택은 권 부총리, 또는 그 윗선에게 달려 있다는 얘기다.

"환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윗분의 판단이 궁금해진다. 당국이 아무리 '외화차입 대책'이라고 강조해도 결국은 '환율 대책'으로 읽히는 사안이기에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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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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