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전화 1통을 받았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600원을 향해 솟구치던 지난 2일, 외환은행 딜링룸을 다녀와 성급히 기사를 마무리한 참이었습니다.
"다리 좀 놔주세요."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이자생활자의 비애'란 기사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자생활자의 연락처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소규모 수입업체 사장입니다. 몇달 전 A은행과 기한부어음(유전스) 거래를 했습니다. 은행이 수입업체를 대신해 대금을 지급하면 업체는 어음 만기일까지 대금결제를 미룰 수 있지요. 수입대금은 제품을 만들어 판 돈으로 상환하면 됩니다.
문제는 미친 듯 요동치는 환율입니다. 달러당 1300원일 때 유전스 거래를 했는데 1500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상환일의 환율을 적용해서 돈을 갚아야 합니다. 앉은 자리에서 1500만원의 환차손을 보게 생겼다고 합니다. 만기일은 오는 10일.
그의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갑니다. 그는 "은행에서 한번 만기를 연장해 줬는데 더는 안된다고 딱 잘라 거절하네요. 대출도 쉽지 않고, 대출을 받더라도 은행에서 요구하는 금리가 워낙 높아서…"라며 말을 잇지 못합니다.
외화자금 사정이 나빠진 은행들이 너도나도 유전스 잔액을 줄이는 상황이지요. 신규 거래는 물론이고 만기 연장도 잘 안해주는 터라 수입업체들이 꼼짝없이 환차손을 물고 돈을 갚아야 합니다.
그가 머리를 쥐어짠 끝에 생각한 묘안이 이자생활자와 '직거래'였습니다. 요새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로 확 떨어졌지요. 몇달새 금리가 반토막이 나서 이자생활자가 쩔쩔매고 있다는 얘길 들은 겁니다.
그는 "은행 이자보다 높게 쳐줄 수 있어요. 그냥 빌려달라는 것은 아니고 1억원 이상 담보도 잡힐 수 있어요. 땅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라고 합니다. 기자는 "죄송합니다만 연락처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라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진정성을 의심한 것도, '유사수신행위 알선'을 걱정한 것도 아니었습니다만 마음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는 속절 없이 3월10일 환율만 쳐다볼 도리밖에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