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3일(08:3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환은행은 지난 3월 '기습공격'을 받았다.
현대건설(164,700원 ▲2,700 +1.67%)매각을 지난해부터 주장했지만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블럭 지분 2.6%가 한 달 만에 시장에 풀린 것이다.
매각자는외환은행의 반대편에 섰던 우리은행.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3대 소속사인 이 은행은 예대 마진 하락과 여신건전성 악화로 1분기 적자가 예상되자 3월 한 달 동안 제한에 묶이지 않은 지분을 대부분 내다 팔아 1566억원을 챙겼다.
주주협의회 일부는 "타이밍을 잘 잡았다"고 부러워했지만 외환은행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보유지분이 가장 많은데도 대부분이 경영권 매각 제한에 걸려있어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 기회를 눈뜨고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보름 후.
주주협의회에는 매각과 관련한 흥미로운 두 가지 제안이 올라왔다. 첫째는 경영권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매각제한 지분 일부를 해제하자는 것이었다. 둘 다 주관은행의 의견이 반영된 제안이다.
주장은 산업은행을 당혹스럽게 했다. 주관은행의 의견을 막연히 묵살할 수 없는 입장이라 둘 중 하나는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 당장 경영권 매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면 지분 제한 일부라도 풀자는 압박카드로 해석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의 눈치를 봤다.
일 년 전 박해춘 전 행장이 "못 팔 게 뭐냐"고 섣불리 말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입장을 뒤집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하지만 협의회 내에서 유일하게 실익을 챙긴 입장이라 둘째 안까지 거부하긴 어려웠다.
산업은행은 지난주까지였던 의사표명 기한을 연장해 장고를 거듭했다. 당장 자행 매물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례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명분으로는 부족했다.
두 은행은 결국 첫째 안건을 거부하고 둘째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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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의 주장은 표면상으로는 반쪽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보인다. 경영권 매각 주장이 부결되자 매각이 또 한 번 좌절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따져보면 협상은 외환은행이 원하던 대로 진행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지부진 하던 매각이 소수 지분 제한 해제로 본격화 됐다는 설명이다.
프리세일은 우선 외환은행의 실리에 부합한다. 제한이 풀린 14.6%의 지분가치는 1조원을 충분히 웃돈다. 외환은행이 보유한 3.7%가 해제돼 세금을 제외해도 올해 내 약 2000억원 이상을 현금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외환은행 매각이 어려워 배당으로라도 투자금을 만회해야 하는 대주주 론스타(LoneStar)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다.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잠재 원매자를 확인할 수도 있다. 범 현대가 사이의 물밑경쟁이 수면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프리세일을 통해 예상외의 다크호스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경영권 지분이 가벼워지면 이후 본 게임의 흥행도 가능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던 경영권 지분(49.6%)이 현 시가를 6만원으로 가정하면 프리미엄을 제외하고 2조4000억원 이하로 줄어든다. 3조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한번 해 볼만 승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