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
"호남석유화학이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애착이 가장 많은 기업이 바로 호남석유화학일 겁니다."
지난달 30일 집무실에서 만난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회사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애착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1971년 한국종합화학공업에 입사해 40년간을 석유화학산업과 함께 해온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정 사장은 "한국 석유화학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철강업계의 포스코처럼 규모가 큰 리딩 업체들이 2~3개가 나와야 한다"며 "호남석유화학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관련 법규나 국내여건 조성 등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또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그는 "석유화학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환경오염을 치유하는 기술들도 화학 기술들"이라며 "이런 점들이 제대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먼저 간략한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호남석유화학은 1976년 설립돼 국내 중화학공업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지난 79년 민영화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인수해 지난해 매출 5조9000억원의 기업으로 키워냈습니다. 현재 에틸렌 생산능력 175만톤으로 탄탄한 설비 경쟁력을 토대로 기초 화학제품, 기능성 수지, 정밀화학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중 HDPE(고밀도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MEG(모노에틸렌글리콜)는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가져가실 생각이신지요.
▶석유화학은 전자업종 등 변화가 빠른 산업과는 달리 한 세대에 걸쳐 천천히 바뀌어 가는 산업입니다. 장기적으로 석유화학을 70% 정도로 하고, 다른 신소재를 30%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아울러 석유화학 사업 중 3분의 1 정도는 해외에서 생산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현재 절반 정도를 수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100% 수출을 하게 되면 물류나 무역마찰 면에서 좋지 않습니다.
-대만과 중국간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가 대만에 비해 불리해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양적으로 볼 때 치명적인 수준을 아닐 것입니다. 중국이 에틸렌을 1500만 톤을 생산하고 대만이 200만~300만톤 정도를 하는 것으로 압니다. 200만톤 정도면 중국에서 1년에 신규로 늘어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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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망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석유화학은 생활필수품과 관련이 많아서 세계 경기와 수급 밸런스에 따라 좌우됩니다. 둘 다 좋은 방향은 아닙니다. 중동 신증설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를 흡수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은 주춤하고 있습니다. 다만 생필품이기 때문에 계속 성장은 해나갈 것입니다.
-최근 투자가 활발한 것 같습니다.
▶일관 되게 하고 있지만 회사의 여력이 커지면서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회사에서 번 돈이 거의 외부로 나가지 않습니다.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우리 자체 자금이 여유가 생겼습니다. 80년 대 초 매출이 1000억 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0조 원을 바라봅니다. 외형이 100배가 커지면 그만큼 운용할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나게 됩니다.

-주가 수준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람들이 성장성 면에서 석유화학이 불안할 것이라고 합니다.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전멸이냐 아니냐 정도는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재무구조를 보면 이런 회사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주가가) 장부가격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언젠가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이후 석유화학이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가 나왔는데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범용제품 위주의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위험하다고 했지만 부가가치가 더 높다고 했던 일본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자동차용 등 고급 수지가 먼저 무너진 탓입니다. 제품 고급화는 당연히 추진해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신소재 등 신사업 방향은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자동차 경량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경량화 소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해 6월 열가소성 장섬유 강화수지(LFT) 및 발포폴리프로필렌(EPP) 전문 생산 업체를 인수해 자동차의 금속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기능성 소재 제품을 개발, 현대ㆍ기아차의 여러 차종에 적용, 공급 중에 있습니다. 향후 이 자동차 소재 사업을 기반으로 고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종합 소재 제공업체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오면 전기 에너지원이 다양화되고 전기 저장 장치의 중요성이 커질 것입니다. 스마트그리드의 한 부분으로서 전기 저장장치 역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성과는 언제쯤 나올 것으로 보시는지요.
▶경량화 쪽은 이미 진도가 나가 있습니다. 수백억원 단위 매출에서 어떻게 조 단위로 늘리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전기(에너지) 저장 장치 쪽은 연구소 연구 단계에 있습니다.
-대표이사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신다면.
▶대산공장에서 단일 공장으로 에틸렌 연 100만톤 생산 체제를 달성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연 100만톤을 생산하는 단일 공장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습니다. 여수 증설 공장은 외국 라이센싱 없이 우리 기술로만 만든 첫 공장이 될 예정입니다. 한국석유화학 40년 동안 우리 기술로만 공장을 짓는 것은 처음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짓는 공장도 우리 기술로 할 예정입니다. 그래야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CEO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은 철강산업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공급과잉에 있고 자원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철강은 잘 가는데 석유화학은 뭔가 불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6~7개 기업으로 분산돼 있지만 리딩하는 회사들이 나와야 합니다. 석유화학도 대변혁이 일어나서 포스코 같은 회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견실한 화학회사가 적어도 2~3개가 필요하고, 그 안에서 호남이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규모의 경제실현, 수준에 걸맞는 기술력 확보, 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규모를 키우는 데는 대규모 국내신설은 거의 불가능하며 M&A가 가장 유력한 수단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 법규나 국내여건 조성 및 전략적 제휴가 가능하도록 이해조정수단의 개발과 정책배려가 필요합니다. 또한, 단지 및 단위 공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업계 내에서 넓은 시각으로 협력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의 투자 과정에 협력 사례 및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정도는 자동차나 난방 등 소비 측면보다 적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종이를 대체하는 기술도 화학소재들이고, 공기정화 촉매도 화학 기술입니다. 화학기술이 환경을 개선하는 측면이 크다는 얘깁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자체를 '환경발자국'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환경 발자국을 최소화하고 치유하는 것이 화학입니다. 이런 측면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