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표현의 자유' 위축 폐단을 막다

7년 전 오늘…'표현의 자유' 위축 폐단을 막다

박성대 기자
2016.04.20 05:55

[역사 속 오늘] 법원,'허위사실 유포 혐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무죄 판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009년 1월10일 오전 서울 서울중앙지법에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009년 1월10일 오전 서울 서울중앙지법에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2009년 1월 9일 오전 서울 서초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미네르바 체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2009년 1월 9일 오전 서울 서초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미네르바 체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2008년 7월14일, 다음 아고라 경제게시판에 한 논객의 글이 게시됐다.

하반기에 물가가 오르니 생필품 6개월치를 미리 사두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해 한국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는 이어 8월25일엔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측하는 글을 올렸다. 그의 말대로 3주 뒤, 리먼브러더스가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한다.

글을 작성한 논객의 필명은 '미네르바'. 제도권에서 할 수 없었던 비관적인 경제 예측을 과감히 내놓고 그 예측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시중엔 '미네르바 신드롬'이 일었다. 일부 네티즌은 그에게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당시 이명박정부의 정책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환율·부동산·주식 등에 대한 미네르바의 게시물에 네티즌과 일부 투자자는 열광했다. 이후 급격한 환율변동 사태 등의 예측도 현실화되면서 온라인에서 그에 대한 신뢰는 절정에 달았다.

네티즌 사이에선 그의 정체가 전직 은행장, 전직 증권사 고위간부 등 경제계 유명인사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내놓은 예측 가운데 다소 빗나간 부분도 있었지만 네티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과감한 그의 분석과 예측은 게시물이 올라오는 동시에 화젯거리가 됐다.

하지만 12월29일 '외환위기로 환전업무가 중단됐으며 정부가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 공문을 발송했다'는 내용의 글을 그가 올리자 기획재정부는 글의 내용이 사실무근임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동시에 검찰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반)로 수사에 착수한다. 수사 초기부터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음해인 2009년 1월7일 검찰은 인터넷상에서 미네르바로 활동하던 박대성씨를 긴급 체포해 구속기소한다.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구형한다.

하지만 7년 전 오늘(2009년 4월 20일) 서울중앙지법은 "미네르바가 글의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한다.

법원은 당시 논란이 이어진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을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 법원의 무죄 판결로 검찰은 '과잉 수사'를 벌였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이듬해인 2010년 12월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처벌의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함으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익'이라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5년 후인 2015년 11월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미네르바법'을 의결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