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최초 단일펀드 기준 최고액 목표…홈플러스 맞섰던 KKR 80억弗과 재경쟁
국내 대표적인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하반기부터 40억 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 모집을 시작한다. 한국계 운용사로는 최대 규모로 이 펀드가 성공하게 되면 PEF 제도가 생긴 이래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의 투자 여력에 비견될 수 있다는 평가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는두산(1,203,000원 ▼36,000 -2.91%)공작기계 100% 지분과 HK저축은행 메자닌 투자를 끝으로 사실상 3호 펀드의 국내 투자를 마무리하고 4호 펀드 모집을 개시하기로 내부의견을 모았다. MBK가 조성할 4호 펀드의 목표 규모는 40억 달러 수준으로 직전 펀드인 3호(26억7000만달러, 약 2조900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IB업계에서는 하반기 중에 시작할 것으로 계획된 4호 펀드에 대해 40억 달러 안팎의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MBK는 세계 최대 운용사인 칼라일에서 김병주 회장이 2005년에 독립하면서 설립된 운용사로 설립 당시 해외에서만 1조원 규모를 모아 1호 펀드를 구성했다. 1호 펀드로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시장에 투자했고 이 투자 실적을 기초로 2008년 1조50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모집했다.
한중일 시장에서 다시 활약한 MBK는 2013년 2호 펀드의 2배에 가까운 2조9000억원 규모의 3호 펀드를 결성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투자회수 실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한국의 대형거래를 싹쓸이 하고 중국과 일본의 투자 성적이 양호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퀀텀점프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MBK는 국내에서 딜라이브(옛 씨앤앰)와 영화엔지니어링, 네파 등의 투자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아시아 M&A(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홈플러스(약 7조4000억원)를 단독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퍼스트 티어 운용사로 유명해졌다. 이 인수전에 나섰던 미국계 KKR과 칼라일, 동북아 리즈널 운용사인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를 압도한 것이 전세계 연기금 투자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아시아와 북미 연기금 투자가들에게 MBK는 한국과 일본 시장 투자의 관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MBK는 3호 펀드로 ING생명보험과 네파, APEX로지스틱스(중국), 홈플러스, 두산공작기계, HK저축은행(재투자) 등에 투자했고 최근 2년간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CNS, 대만)과 테크팩솔루션, 유니버셜스튜디오(일본), HK저축은행 등을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MBK는 최근 국내에서 1호 펀드 투자기업인 딜라이브(옛 씨앤앰) 인수금융 부도위기로 난처한 상황이다. 그러나 MBK가 딜라이브에 투자한 순수한 주식인수금은 2300억원 규모로 이 자금이 모두 소멸된다고 해도 1호 펀드의 수익률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펀드에서 투자한 CNS의 투자수익이 딜라이브 투자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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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에 투자하는 해외 연기금 담당자들은 오히려 MBK가 2호 펀드를 통해 투자한 유니버셜스튜디오의 수익에 환호하고 있다. 지난해 말 MBK가 이 회사를 미국계 컴캐스트에 매각하면서 투자금(약 2000억원)의 5배가 넘는 1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유니버셜스튜디오 소수 지분을 남겨둔 MBK는 이 회사가 증시에 상장하면 5000억원의 추가 이익을 거두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4호 펀드 모집예상액을 40억 달러로 과감히 증액한 배경에는 동북아 지역에서 경쟁하는 KKR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KR은 국내 오비맥주 매매성공 등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하반기부터 80억 달러 규모의 펀딩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신흥시장의 성장이 폭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자원배분을 아시아에 집중하기로 한 결과다.
조지 로버츠 KKR 회장은 지난달 내한해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이 오히려 투자 기회"라며 "한국과 아시아의 소비재업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회장은 방한해 비공식적으로 국민연금기금 관계자들과 만나 투자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관계자는 "MBK 입장에서는 홈플러스 인수전 등에서 승리한 이후 안주하다가 안방의 고객(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을 경쟁사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발현된 것"이라며 "최근 금융권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해외 투자가들의 흐름에 맞게 대규모 펀드 모집을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0억 달러의 펀드로는 금융조달을 더해 이론상 80억~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며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의 투자 여력에 맞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