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기업공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기업들이 공모가격에 대한 시장과의 시각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상장계획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 6월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수사 탓에 IPO계획을 보류한 호텔롯데는 그렇다 치고 인테리어 전문기업 까사미아, 서플러스글로벌에 이어 최근에는 두산밥캣까지 상장계획을 보류했다.
두산밥캣은 '4만~5만원' 수준의 공모 희망가격을 제시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회사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2만~3만원대'의 결과로 외면을 받았다.
공모가에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이 반영되는 만큼 투자자와 회사가 모두 만족하는 가격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차이를 상장 주관사가 조정해야 하지만 두산밥캣과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기존 주주들의 입장이 너무 강경해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관사를 통해 공모가를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수차례 전달했다"며 "기관들이 거의 같은 의사를 밝혀 가격조정이 이뤄질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두산밥캣의 경우 해외 자회사 상장에 구주매출이라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있었는데 회사가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주발행의 경우 공모자금이 회사로 유입돼 재무구조가 탄탄해지나, 구주매출은 공모자금이 기존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을 보다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4년 상장한 BGF리테일은 100% 구주매출 공모를 감안해 공모가를 크게 낮췄고, 이 결과 상장 후에도 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당시 공모가는 4만1000원이었는데, 현재는 4배 이상 오른 18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욕심을 버린 결과 기존주주와 공모에 참여한 소액주주까지 모두 혜택을 본 셈이다. 당시 주관사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가격이 너무 할인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BGF리테일 측에서 투자자들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은 조만간 공모가격과 조건을 조정, IPO를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례는 당사자는 물론 상장을 생각하고 있는 다른 기업에게도 큰 교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