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의 소버린과 SK, 2015년의 엘리엇과 삼성물산. 그 가운데 끼어든 국민연금.
60년 정치사에 두차례밖에 없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 공교롭게 그때에 해외 펀드의 대기업 공격도 나타났다. 이때마다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 역할도 부각됐다.
최근 상황을 두고서는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까지 거론된다. 특검 주변에서는 국민연금에 장관 이상 고위층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 증거가 흘러다닌다. 이를 의식한 듯 박근혜 대통령은 단호한 해명을 내놓았다.
"헤지펀드의 공격을 삼성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 공격을 받아서 이런 것이 무산된다든지, 하여튼 이렇게 되면 이것은 굉장히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그런 생각을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고, 또 우리나라의 증권사가 20여 개, 거기에서도 거의 한 군데, 두 군데 빼고는 이것을 다 해 줘야 된다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출입기자단 간담회 중)
직무정지 중 모처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이처럼 해명했다. 합병 찬성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
실제로 삼성물산 사례에서 반대를 주도한 엘리엇이 외국계 헤지펀드인 탓에 국내 여론의 '반감'을 자극, 찬성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대통령이 민간기업의 의사결정 결과에 '옳고 그름'을 평가한 대목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를 놓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역할론'과 '정치권력의 기업 경영 개입 정당화'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국익과 여론'을 근거로 삼아 가치 판단을 내린 셈이기 때문이다.

새삼 엘리엇-삼성의 분쟁과 비교되는 과거 SK-소버린의 분쟁 이후 정부의 입장을 되새겨 보게 된다. 마침 당시 대통령 역시 탄핵심판으로 직무정지 중이었다.
"(SK와 소버린의 경영 분쟁에서)정부는 연기금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연기금 운영은 자율적으로 결정되며, 정부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 만약 투자 등 경영상 의사결정에 관여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소송 등의 책임문제가 뒤따른다" (2004년 4월 29일 뉴욕IR 중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