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완화가 더 큰 영향…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도 빨라질 것…日 보복 단기 생산 차질…중장기적으론 수혜 볼 것

미·중 무역분쟁 휴전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반도체 업종이 '일본 수출규제'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초기에는 타격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미·중 무역분쟁 완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1일 오전 11시 17분삼성전자(188,200원 ▼3,400 -1.77%)는 전일 대비 300원(0.64%) 소폭 내린 4만6700원을 나타내고 있다.SK하이닉스(924,000원 ▼17,000 -1.81%)는 500원(0.72%) 오른 7만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한다는 소식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종은 그동안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휘둘려왔다. 세계 교역이 위축된 탓에 수출이 급격히 줄면서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5.5% 감소했다.
이에 반도체 업종이 속한 전기·전자업종지수는 6월 한 달 간 약 9% 내렸다. 특히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 낙폭이 커 한 달 간 17% 빠졌다. 미국 제재 대상이었던 화웨이를 모바일 D램 주요 고객사로 둔 탓이다.
그러나 이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일단 휴전 합의에 이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화웨이에 대한 규제도 일부 완화됐다.
이미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라 점쳐왔다. 하반기는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성수기다. 메모리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성은 나빠졌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미국 마이크론사는 깜짝실적을 발표했다. 자체 회계연도 3분기(3월~5월)에 매출 78억달러, 영업이익 40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각각 40%, 94%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실적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의 시장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국면이 지속되면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5일 발생한 도시바 정전사태로 낸드 업황 회복도 당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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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도시바 정전 사태로 2D 낸드를 생산하고 있던 노후 라인들의 정상 가동이 미뤄지며 재고 소진이 촉진될 것"이라며 "D램은 미·중 무역 분쟁 여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공급 감소로 갈수록 수급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역시 업황을 훼손할 만한 이슈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일본 정부는 오는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혜를 볼 것"이라며 "이번 이슈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는 것은 물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경쟁력 상실로 시장점유율 확대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수출을 규제할 경우, 일본 소재업체만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번 조치는 전면적 수출 금지가 아니라 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것으로 반도체 투자심리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일본은 해당 소재를 한국으로 수출하지 않으면 대만 외에 수요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국내 소재 제조사들의 상대적 수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