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이기고도 쇄망한 기업들' 살펴야···"美 특허제 보호 아닌 소송 무기 전락"

"사과(애플)가 썩기 시작했다" (가디언 칼럼니스트 마이클 울프)
"이노베이션(혁신)의 승자를 정하는 것은 법정이 아니라 소비자이다" (제임스 얼워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분쟁에서 애플에 승리를 선사한 미국의 특허제도에 대한 전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을 소송천국으로 만들만큼 법률체계의 허점이 특허제도에 고스란히 투영됐으며, 결과적으로 기술진보와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식인들은 미국 특허제도가 기업의 보호장치가 아니라 소송을 위한 무기가 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실제 전세계 언론들은 혁신의 대명사로 통해온 애플이 소송을 통해 기득권 수호에 나섰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번 소송결과와 무관하게 애플의 특허소송이 종국엔 스마트폰 생태계와 전체 소비자의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바스티안 몰러비 美 CFR(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의 특허법은 (말도 안 되는)'넌센스'"라며 "특허소송이 기술의 진보를 이루기보다는 광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떠받쳐온 기둥으로 특허시스템을 꼽은 몰러비는 "미국인들은 그동안 혁신을 신봉하며 지적재산권이 혁신을 진일보시킨다고 믿었지만, 이 믿음은 이번 소송에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역시 28일자 기사에서 애플이 애초에 특허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특정 기능과 디자인(가령 앱을 표기하는 정사각형 아이콘이나 모양이 직사각형이고 블랙인 제품)을 경쟁자가 모방했다고 제소했는데, 이는 공정함은 물론 정의도 없으며 혁신이나 금전적 보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라는 강력한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택한 애플이 단기적으로 승리를 얻어낼 수 있겠지만 이는 곧 '자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까지 보내고 있다. 혁신기업 애플이 특허를 무기로 자사의 기득권을 지키려다 결국 혁신성과 고객 모두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특허에 의존한 기업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지난 1976년 즉석카메라업체인 폴라로이드 역시 세계 최대 필름업체 이스트먼코닥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16년간 지속된 소송은 결국 폴라로이드가 8억73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얻으며 승리했지만 불과 11년뒤인 2001 이 회사는 파산했다. 패자인 코닥 역시 올 초 파산했다. 소송에 모든 것을 걸었던 폴라로이드도, 소송에 진 뒤 특허보호에 집중하게된 코닥 모두 피해자다.
독자들의 PICK!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 노키아는 2009년 10월 애플을 특허권 침해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해 막대한 특허 라이선스 수익을 얻어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밀려나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애플은 삼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이유로 '혁신을 지속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소송 패했을 때 오히려 혁신이 가속화되는 사례가 많고 애플 역시 이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1988년 애플은 MS(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자사 멕킨토시의 GUI(그래픽사용자환경)을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했다. 당시 재판부는 애플의 주장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MS의 손을 들어줬다. 주목할 것은 애플이 이후 iMac를 내놓고 이후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통해 UI의 대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제임스 얼워스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난타전은 제발 시장에서 하길 바란다"면서 "카피에서 몸을 지킬 최선의 방어는 제소가 아니라 경쟁업체가 복사해도 쫒아갈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로 혁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