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식 40% 직원에 주기로 약속한 CEO

회사 주식 40% 직원에 주기로 약속한 CEO

배소진 기자
2013.04.02 10:57

글로벌CEO→1년차 벤처 로킷 유석환 대표로···"직원들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더라"

↑유석환 로킷 대표
↑유석환 로킷 대표

"예전엔 제 사무실에 있던 가구 가격만 따져도 2000만원이 넘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회사 전체 비품을 다 계산 해봐도 한참 못 미쳐요. 자신 있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예요."

유석환 대표(사진)는 3D 프린터 벤처회사 '로킷(Rokit)'을 설립하기 전부터 이미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로 이름이 났다.

30대 후반에 최연소로 대우자동차 폴란드 유럽본부 전무이사에 올랐고, 이후 미국 다국적 기업인 타이코 인터내셔널에서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수석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헬스케어 사장으로 있을 때는 완성도 되지 않은 신약 계획서만 가지고 무작정 해외 120개국을 돌며 제약회사들을 설득, 7500억 원의 투자를 받아와 셀트리온을 지금의 시가총액 4~5조의 코스닥 1위 업체로 이끈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처럼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던 그가 지난해 최근 새로 자리 잡은 곳은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한 작은 사무실. 2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국내 최초 데스크탑형 3D 프린터 '에디슨'을 개발하고 있다.

"먹고 살만 한 돈은 충분히 있지만 노는 게 지루해 새로운 일을 찾게 됐다"는 유 대표는 로킷을 '하나의 실험체'라고 설명한다. 본인이 그동안 세 차례 회사를 옮기면서 느꼈던 경험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것.

그는 "직원들은 회사에 자기 재능과 인생을 투자하는데 반해 회사는 단순히 그들에게 월급과 퇴직금을 주는데서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이 차이가 자본주의의 모든 문제점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역시 제품을 살 때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거라고 했다.

즉 직원이나 소비자 덕분에 회사가 성장했다면 그만큼 돌려주는 게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환원'이고 '기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렇게 나온 것이 '공유'의 가치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앞으로 회사 주식의 40%를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창립멤버들에게는 20% 넘게 나눠줬고 올해 초 들어온 신입사원 7~8명도 6개월간 성과에 따라 2~3%를 배분할 예정.

그는 "그랬더니 다들 '내 회사'라는 생각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월화수목금금금이다"며 웃었다.

'에디슨'을 구매하는 초기 고객에게는 우선주를 2매씩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 판매금액 중 1만원 씩 구매고객 이름으로 적립해 '창조 펀드'를 만들고, 이를 전문가와 고객들이 직접 뽑은 디자이너들에게 프로젝트 자금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3D 프린터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것도 이 같은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

현재 디자이너들이 상품을 디자인해서 시제품을 만들고, 다시 금형을 제작해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는 수억 원의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 3D프린터를 통해 이 과정을 건너 뛸 수 있다면 국내 디자이너들이 자생력을 갖춰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로킷이 개발한 3D프린터 '에디슨'은 동급 외산제품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50만원선.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직접 창작을 해서 판매할 수 있는 '비전'을 열어주는 셈이다.

그는 "디자이너들이 대우를 받고 먹고살도록 하는 수단 중 하나가 3D 프린터"라며 "프린터 자체 뿐 아니라 재료, 3D 스캐너 등을 좀 더 저렴하게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3D디자인 파일을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디지털 허브도 만들어 디자인 생태계를 만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유 대표는 로킷 직원들을 뽑을 때도 그저 스펙, 경력을 보고 뽑지 않는다. 그는 "내가 조금이나마 나눠줄 게 있을 때 열정을 찾아야 하는 사람,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보란 듯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재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일례로 창립멤버 중 3D 프린터 개발에 핵심역할을 한 이는 유 대표가 대우차에 있던 시절 함께 근무했던 부하 직원이다. 대우차 부도 이후, 사업을 하다 모든 돈을 날리게 된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로 신용불량자가 됐고, 아내가 매달 벌어오는 15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그랬던 그를 로킷으로 이끈 게 유 대표다. 유 대표는 "매일 그 직원과 전쟁을 하다시피 했다"며 "내가 '이것 해봐라'하면 '못하는 데요', '이걸 배워와라' 그러면 '안된다는 데요' 할 정도로 자신감도 없고 매사가 부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8개월 후 3D프린터 개발을 주도한 핵심 팀원이 됐다. 유 대표는 "본인 스스로가 믿을 수 없이 놀라워했다"며 "열정을 잃은 그에게 이런 성공의 사이클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대 중반, 내로라하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삶의 방향을 잃고 1년 새 회사를 4번 옮겨 다녔던 여직원도 있다.

유 대표는 "처음 면담하면서 잘 해보자는 의미로 '너는 참 특별하다' '너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얘기했는데 갑자기 그 여직원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유 대표의 한 마디가 잃었던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내게 국내외 유수 회사에서 사장자리를 제의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차 벤처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유는 '내가 뽑은 사람을 자르지 않아도 되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CEO가 할 일은 회사가 어려워질 때까지 내버려뒀다가 직원을 줄이는 게 아니라 어려워지기 전에 미리 충분히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지금 전 직원이 열정적으로 1년 뒤, 3년 뒤를 내다보고 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가 '에디슨'과 '로킷'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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