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데이터센터' 몰리지만…전력망 '감당불가'→지방이 대안?

'수도권 데이터센터' 몰리지만…전력망 '감당불가'→지방이 대안?

유효송 기자, 김평화 기자, 이정현 기자
2026.05.23 05:28

[데이터센터 '삼중고']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력망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신청이 몰렸지만 절반 이상이 '공급불가' 판정을 받으며, 데이터센터 수요와 전력 인프라 간 구조적 불균형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머니투데이가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받은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신청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데이터센터 계약전력 신청량은 2020년 이전 60MW 수준에서 2023년 3091MW로 3년 만에 50배 이상 늘었다. 신청 건수도 같은 기간 2건에서 47건으로 증가했다. 계약전력 신청은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시설이 한국전력에 전력망 사용을 미리 요청하는 절차다.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전력망 수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가운데 522건(71%)이 수도권에 몰렸다. 하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수도권 신청 522건 중 279건(53.4%)이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다. 전국 공급불가 건수의 91.2%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본심사에서도 수도권은 24건 중 10건만 통과했다. 서울은 단 1건만 승인됐다.

반면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1차 기술검토에서 214건 중 187건이 공급 가능 판정을 받았고, 본심사 통과율도 89.7%에 달했다. 사실상 수도권 내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은 전력 부족에 막힌 셈이다.

업계는 '수요와 인프라의 엇박자'라고 지적한다. AI 추론센터는 서비스 지연시간(레이턴시)을 최소화해야 해 이용자와 기업, 전문 인력이 밀집한 수도권 인접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추론센터는 고객과 가까울수록 유리하다"며 "결국 수요는 수도권에, 전력은 지방에 있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입지 갈등과 전력 병목이 동시에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의원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불균형이 AI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수도권 전력 병목과 제도적 공백 문제를 해결할 후속 대책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전력 있는 지방으로 가라지만…임차인도, 인력도 없다

수도권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전력만 보고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방은 전력 확보에는 유리하다. 삼성SDS는 경북 구미에 4273억원을 투자해 60M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KT 등이 참여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앵커 수요'가 확보된 사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SDS는 자체 GPU 서비스 수요가 있고, 국가AI컴퓨팅센터는 정부와 대형 ICT 기업이 수요를 보증한다.

문제는 일반 민간 사업자다. 데이터센터 사업은 누가 입주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 같은 '앵커 임차인'이 있어야 PF(프로젝트파이낸싱)도 가능하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대주단이 가장 먼저 보는 것도 임차인"이라며 "대기업 입주가 확정돼야 자금 조달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수요 역시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AI 추론 서비스, 콘텐츠 전송, 금융 플랫폼처럼 레이턴시에 민감한 서비스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 서버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운영 부담도 변수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유지보수와 장애 대응이 필요해 전문 인력이 필수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인력 수급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를 확보했다고 끝이 아니다"라며 "자금, 임차인, 운영 구조까지 모두 맞아야 사업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운명 쥔 '전력계통영향평가'…2년째 시범운영

데이터센터 건립 여부를 좌우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가 법정 고시 없이 2년째 시범운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AI 인프라 사업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기준 아래 심사되고 있는 셈이다.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전력계통영향평가 고시 제정안을 마련 중이다. 고시안이 완성되면 규제영향평가 절차에 들어간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일정 규모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부 심사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가장 큰 쟁점은 평가서를 대신 작성하는 '평가 대행자' 자격 기준이다. 업계는 정부가 요구하는 전문인력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데이터센터는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장기 사업이다. 심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기후부 관계자는 "최대한 고시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며 "빠르면 7~8월, 늦어도 올해 안에는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DC 특별법 통과했지만…핵심 전력 대책은 빠졌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는 'AIDC 산업 진흥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와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업계는 "반쪽짜리 해법"이라고 평가한다. 핵심이던 LNG 기반 전력공급 특례가 빠졌기 때문이다.

당초 국회는 AI 데이터센터가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PPA(전력구매계약) 대상을 LNG 발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 법안에서는 제외됐다. 기후부는 LNG를 포함하면 전력계통 운영 부담이 커지고, 지역 내 생산·소비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LNG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전력을 조달하고 있다. OpenAI는 자체 LNG 발전설비 구축을 검토 중이고, Meta와 Google도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장기 목표와 별개로 당장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며 "현실적 대안인 LNG까지 배제하면 지방 유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후부는 2040년 최대 전력 수요를 131.9GW로 전망하며 AI 산업 수요까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AI 성장 속도를 정부가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데이터센터의 키는 전력이 쥐고 있다. 수도권 병목, 제도 불확실성, 전력 조달 방식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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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송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유효송 기자입니다.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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