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란 K-바이오…공약 창대했지만 지원 미약했다

스스로 자란 K-바이오…공약 창대했지만 지원 미약했다

정기종 기자
2022.05.07 08:00

[MT리포트]문재인정부 5년, J노믹스의 명암⑨ 바이오

[편집자주] 문재인정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하나의 정권을 오롯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한 마디로 재단하기에 5년은 너무 길다. 가치를 배제한 채 객관적 사실만 놓고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를 따져보자.

文 대통령, 취임 전부터 신성장 동력 낙점…산업 혁신 전략 등 지원 확대 의지 거듭 강조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인 경기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세포배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15/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인 경기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세포배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15/뉴스1

제약·바이오산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찌감치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유망 분야다. 취임 전부터 연구·개발(R&D) 지원책들을 꺼내들며 적극적 육성의지를 드러냈다. 업계는 정부 기조를 반겼지만 이전 정부와 다름없이 컨트롤타워가 명확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육성 의지만큼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미래성장동력 창출 부문에 바이오헬스(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포함시켰다. 특히 전담분과를 대통력 직속으로 신설하는 안을 포함시키며, 컨트롤타워 탄생에 대한 업계 기대감을 키웠다. 2019년 5월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통해선 2030년까지 글로벌 점유율을 3배 이상 확대, 수출 500억달러 달성, 일자리 30만개 창출 등의 계획을 밝혔다. 2018년 국산 제약·의료기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8%, 바이오·헬스 수출은 144억달러, 일자리 창출 87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집중 지원을 통해 획기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였다.

바이오헬스 분야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3대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당시 연간 2조6000억원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를 4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신약개발 지원과 규제 완화에 무게를 싣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재임 기간 수출액 꾸준히 증가…종사자수 4년간 20% 가까이 늘어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제약·바이오 산업은 수출과 고용 지표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6억달러(약 15조9600억원)이었던 국내 보건산업(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수출액은 149억달러(18조8700억원)→157억달러(19조8850억원)→217억달러(27조4800억원)→257억달러(32조5500억원)로 증가했다. 2020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선 기술수출액도 지난해 13조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2017년 82만9000명 수준이던 보건산업 종사자수 역시 지난해 98만6477명까지 증가해 4년간 19% 증가했다. 같은기간 제조업 종사자수가 357만9656명에서 365만3638명으로 2.1%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폭이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7~2027년 제약·바이오업계 평균 고용률은 2.2%로 예측된다. 국내 주요 사업분야로 지정된 18종 중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업계, '해당 성과 동력=정부 지원'엔 회의적…"컨트롤타워 부재에 체감 어려워"

다만 해당 성과의 동력이 정부 지원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수출액의 경우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국면을 타고 진단키트 등 특정 품목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고용지표 역시 신성장 산업 특성에 따른 신규 인력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업계가 지속적인 전문인력 부족 현상에 시름하고 있지만 아일랜드 국립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센터(NIBRT, 나이버트)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나이버트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3월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의 회동서 현 정부 계승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 분야를 꼽으며 "현재 2조8000억원 수준인 연구개발 지원 비용을 2배 늘리겠다"고 한점 역시 정부의 지원 규모가 취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체감이 어려운 부족한 정부 지원은 최근 코로나19(COVID-19) 백신의 자급화 과정에서도 부각됐다. 한 발 늦게 외산 백신 도입에 나서며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정부는 2026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년간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3234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실집행액은 절반도 되지 않는 1378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내 허가가 유력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의 경우 정부가 발 빠른 행정 지원과 지난 3월 선구매 계약 등으로 뒷받침 하긴 했지만, 연구 비용은 모두 국제기구에서 충당했다.

시장 관점의 지표 역시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가 지난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의 비전을 담아 발표한 K-뉴딜지수에 포함된 'KRX 바이오 K-뉴딜지수'는 2020년 12월 4000을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2000선 초반에 머물러 있다. 해당 지수를 공식 발표하기 시작한 2020년 9월 3500선 보다도 낮은 수치다.

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육성의지가 좀처럼 실천으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고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분산된 주무부처 구조가 대표적 규제산업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효율적 육성과 지원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육성책의 핵심으로 꼽았던 업계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부재 중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업계가 주요 후보들에게 컨트롤타워의 시급성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 연구개발이 중심이 되는 산업 특성상 규제와 지원 측면에서 일관된 기조를 보일 수 컨트롤타워는 산업 육성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필수적인 요소"라며 "정부의 적극적 산업 육성 의지에도 업계가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컨트롤타워 부재에 실질적인 노력이 분산되며 반감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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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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