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제왕절개 공화국①

#지난해 4월, 아들을 출산한 김모(여·37)씨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자연(질식)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주변에서 "산통을 다 겪고 응급으로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게 최악"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의사가 출산을 컨트롤할 수 있어 안전하다는 생각도 했다"며 "통증도 겁나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또래 산모들은 대게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다"고 말했다.
과거 제왕절개는 사망했거나 죽어가는 어머니로부터 태아를 꺼내기 위한 기술로 사용했다. '제왕절개=어머니의 죽음'의 의미는 현대 의학의 발전과 함께 정반대로 전환됐다. 특히 고령 임신이 증가하는 오늘날 제왕절개는 산모와 태아 건강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안전한 분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적으로 1990년대 5%에 불과했던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4년 19%, 2018년은 21%까지 상승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80년과 2010년대 중반 두 차례나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이상적인 제왕절개 분만율은 10%~15% 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 제왕절개 분만율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공개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Health at a Glance 2023)을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1000명당 537.7명으로 터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지난 2017년 4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4년 38.7%에서 2018년 47.3%, 2022년에는 61.7%로 급상승했다. 2014년 대비 2022년분만 건수는 43만건에서 26만건으로 거의 반토막 났지만 제왕절개 건수는 16만건에서 15만건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제왕절개는 더는 고령 임신에 해당하는 30~40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릴수록 제왕절개 분만율이 훨씬 가파르게 상승한다. 10대 산모는 2014년 4명 중 1명(23.5%)이 제왕절개를 했지만 2021년에는 3명 중 1명(39.2%)이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같은 기간 20대 제왕절개 분만율은 32.7%에서 52.1%로 20%포인트가량 올라 30대(40.3%→57%)에 육박할 만큼 상승했다. 40대 역시 61.1%에서 70.6%로 상승해 모든 연령대에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오정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WHO와 여러 분만 전문가는 적정 제왕절개 분만율을 15~20% 수준으로 제안하는데, 이는 제왕절개가 산모와 태아·신생아 사망률과 의료비 감소 등 가족 건강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출산 당사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분만 선택과 경험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관련 연구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