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지진 이후 외국인 투자와 인재 유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WSJ는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제조업과 서비스 업종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을 일본으로 유치하는 일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대지진과 쓰나미로 무너져내린 지역을 재건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할뿐만 하니라 인재와 자본의 유출 조짐에 대해서도 대처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대지진 피해를 복구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계획했던 조치들들 모두 동결했다.
일본 정부는 계획했던 법인세 인하를 대지진 충격을 이유로 연기하기로 했다. 또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8개국과 진행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인 범태평양 무역 파트너십에 참여할지에 대한 논의도 보류하기로 했다.
JP모간 도쿄 사무소의 칸노 마사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대한 모든 장애물을 낮추는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즉각 시행해야 하고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정부가 원하는 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지진으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5년 전에 FDI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말 현재 3.8%에 불과하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일본 사무소의 브라이언 마카핀 대표는 "대지진이 FDI를 유인하는 촉매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며 "대재난은 오히려 일본의 해외 투자를 늘리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도 도쿄는 이미 대지진 이전에도 아시아 금융 허브를 향한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금융회사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 홍콩과 싱가포르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하고 있다.
P&G는 대지진 이전부터 이미 몇 년에 걸쳐 특정 사업 부문을 일본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해왔다. 지진 우려가 아니라 해도 부진한 일본 경제와 줄어드는 인구를 감안할 때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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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재 일본 경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지금이야말로 오랫동안 미뤄왔던 개혁을 시도할 때이며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그나마 일본이 해외 자본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사이토 아츠시 사장은 "일본은 FDI 없이는 적당한 수준의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정부는 해외 기업의 자본과 참여 없이는 일본 금융시장과 기업이 안정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즉각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일할 외국인 직원을 구하는 일도 여간 어렵지 않은 과제다. 일본에 진출한 외국 투자은행, 소매회사, 명품회사 등은 대지진과 원전 사고 여파로 외국 국적의 직원 상당수가 본국에 돌아갔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맥킨지 일본 사무소의 브라이언 샐스버그 소매 및 소비재 팀장은 "명품회사의 일본 지사장은 대부분 유럽인들인데 유럽에 돌아간 뒤 일본에 복귀하지 않는 유럽인 직원들이 적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전 사고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아 일본에서 일할 외국인 인력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일본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