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비판' 젤렌스키는 왜 독일 메르켈을 소환했나?

'전쟁 비판' 젤렌스키는 왜 독일 메르켈을 소환했나?

임소연 기자
2022.04.06 14:15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비난의 일부가 독일로 향하고 있다. 독일의 대러 정책이 오랫동안 유화적이었고, 이 때문에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사를 꺾어놨다는 것이다.

[베를린=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실에서 열리는 각료회의에 앞서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들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선거 이후 새 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마무리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각료회의가 총리로서 마지막으로 여겨져 이 꽃다발을 받았다. 2021.11.24.
[베를린=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실에서 열리는 각료회의에 앞서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아 들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선거 이후 새 내각을 구성하기 위한 마무리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각료회의가 총리로서 마지막으로 여겨져 이 꽃다발을 받았다. 2021.11.24.
젤렌스키 '독일 탓'에 반박한 메르켈

4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하루 전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2008년 루마니아 부루케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의 결정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결정이 옳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가 반대해 가입이 무산됐다. 독일과 프랑스는 당시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화상연설에서 "오늘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가입을 반대한 지 14년째 되는 날"이라며 "수년간 서방은 러시아를 상대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며 양보해 왔다"고 비판했다.

2008년 독일과 프랑스의 결정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민간인 학살 사태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당시 메르켈은 총리 취임 3년차였고, 사르코지는 막 취임한 상태였다.

러시아는 그해 8월 조지아의 친러시아 분리지역을 침공해 합병했고,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크름반도(크림반도)를 합병했다.

프랑스보다 독일에 비난의 화살이 조금 더 집중된 이유는 독일의 러시아 의존도와 밀착 외교 때문이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EU 평균(40%)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독일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유럽 경제와 EU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조치를 미뤄 왔다. 지난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의회가 러시아산 석유·석탄·천연가스 수입을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태도는 초당적이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SDP 소속 라스 클링바일 의원은 "(EU의 러시아 가스 금수조치는) 독일에 잘못된 길"이라고 했다. 기독사회당(CSU) 소속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즉각적 금수 조치는 독일 경제의 붕괴와 대규모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브란트부터 이어져 온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블라디미르 푸틴/사진=로이터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블라디미르 푸틴/사진=로이터

독일의 유화적인 대러 정책은 정권을 초월해 이어져왔다. 1969년 '동방정책'을 주창한 사회민주당(SPD) 빌리 브란트 수상 때부터 독일은 러시아와 협력 관계로 돌아섰다.

메르켈 총리 전임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SPD) 전 총리는 특히 '친러'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슈뢰더는 퇴임 직후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가스프롬의 노드스트림 담당 자문위원장을 맡았고, 최근엔 가스프롬 이사로 지명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유지해 독일 안팎에서 비판 받아왔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이 이끄는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재임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이어왔다.

또 메르켈 전 총리는 노드스트림2 사업을 주도했다.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 서부 나르바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직접 연결하는 1225㎞ 길이의 해저 가스관이다. 건설에 약 13조원이 들었다. 가스관이 가동되면 연 550억㎥의 가스가 독일로 간다. 독일은 러시아에서 저렴하게 수입한 가스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독일 정치권이 러시아에 약한 태도를 보이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EU 내부, 심지어 독일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날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데 독일이 걸림돌이 되어왔다"며 "베를린의 정치인들은 이제 독일 기업 총수나 억만장자들이 아니라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여성과 아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푸틴에 대한 판단과 대러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메르켈 정권에서 외무장관을, 슈뢰더 정권 총리실에서 거의 15년간 독일 대러 정책을 책임진 인물이다. 그는 특히 "노드스트림2의 강행을 고집한 것은 분명한 실책"이라며 "결과적으로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사업이 파괴됐을 뿐만 아니라 동유럽 동맹들의 신용과 믿음을 잃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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