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성과로 '파키스탄 국적 선박 20척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내세웠으나 파키스탄이 보유한 대형 선박은 13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부풀렸단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이란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면서 파키스탄 국적 선박 2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협상을 중재하는 파키스탄의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도 해당 조치를 "평화의 전조"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운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주장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는 거리가 멀고 신빙성에 대한 의심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국적의 대형 선박은 수가 매우 적은 데다 그 규모 또한 세계 석유 시장이 바라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해운 정보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만DWT(재화중량톤수: 배가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최대 무게) 이상 대형 선박 중 파키스탄 국적은 총 13척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가운데 8척만 유조선이고 5척은 곡물이나 석탄 같은 건화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이다. 현재 걸프만에 갇혀 있는 선박도 없다.
설령 몇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도 석유 트레이너들이 중동에서 나오길 원하는 배는 20만DWT 이상의 초대형 유조선이다. 파키스탄의 선박 몇 척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을 해소하는 데 별 소용이 없단 의미다.
한 해운업계 브로커는 "트럼프가 하는 건 그저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위한 낚시용 발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어처구니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일부 선사들은 파키스탄 국적으로 선박을 재등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척 통과라는 수치는 단기간 내에 달성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한 해운업계 임원은 "선사들이 파키스탄 국적으로 선박을 등록할 수는 있겠지만 한 번의 항행 외에 어떤 이점이 있겠느냐"라며 "장기적으로는 의미 없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백악관의 애나 켈리 부대변인은 과거에도 전문가들의 지적은 번번이 빗나갔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끝낼 수 없고 관세 정책이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은 그때마다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도 머지않아 다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