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선박 빼낸다"…트럼프, 이란 압박 승부수

"호르무즈 선박 빼낸다"…트럼프, 이란 압박 승부수

윤세미 기자
2026.05.04 10: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시간 4일 오전부터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프리덤'으로 명명된 이 구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지지부진한 종전협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자국 선박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중동시간으로 4일 오전부터 미국이 주도하여 이들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될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군함을 이용해 선박을 직접 호위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보다는 각국 정부와 보험사, 해운 단체들 간 선박 이동을 조율하는 일종의 통항 관리에 가까울 거란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AFPBBNews=뉴스1
호르무즈 해협/AFPBBNews=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프로젝트는 바다 위에 고립된 선박과 무고한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한 인도적 제스처임을 강조하면서, 이란이 이를 방해할 경우 "유감스럽지만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할 경우 미군이 개입할 수 있 단 경고인 셈이다.

이 경우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깨지면서 교전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용 선박 운항을 정상화하기 위해 유도탄 구축함과 항공기, 드론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반발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인 에르라힘 아지지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프로젝트 프리덤은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은 트럼프의 '망상적인 게시글'에 의해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를 다목적 포석으로 보고 있다. 우선 페르시아만에 묶인 선박에 실린 원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고 글로벌 물가 상승 압박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항이 재개되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은 사실상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종전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협상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그동안 이란의 핵심 협상 카드로 작용해왔다.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프로젝트가 이란 전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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