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는 예측.투자의 달인?

경제학자는 예측.투자의 달인?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2009.09.09 16:56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시청자 여러분,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경제학의 예측 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오래 전부터 많이 풀린 돈 때문에 경제에 큰 버블이 만들어지고 그게 터져 세계 경제를 불황의 골로 빠트렸는데도 버블 붕괴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예측한 경제학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초 영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있었습니다. 영국학사원 브리티시 아카데미의 한 세미나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왜 어떤 경제학자도 위기 발생을 경고하지 못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세계경제가 파국에 치달았는데도 어느 경제학자도 경고음을 울리지 못한 데 대한 영국 여왕의 실망이 담긴 질문이었습니다.

경제학자들로서야 유구무언, 낯이 후끈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습니다. 8월 5일자 파이낸셜 타임즈의 만평이 이를 풍자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들은 여왕에게 보낸 사과편지에서 저희 하나 하나는 대단히 똑똑하다면서도 집단적 상상력이 부족하여 세계의 금융 시스템 '전체'가 직면한 위험을 알아차리진 못 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른바, 경제학자들의 수난시대... 그러면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자산 운용 성적표는 어떨까요?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해 깊이 있게 학문적 훈련을 한 사람들이어서 돈도 잘 굴릴 것 같은 데 실제도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많이 아는 것과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사람마다 들쭉날쭉하지만 대개 투자 성과는 평균 이하입니다.

그래도 투자로 성공을 거둔 경제학자들도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와 함께 고전파 이론의 체계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 그는 일생 동안 동인도회사 주식 외에는 주식에는 관심이 없었던 반면 채권투자에 관한 한 귀재였습니다. 그는 국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재정거래를 통해 큰 돈을 벌었습니다. 영국군이 전투에서 나폴레옹에게 졌을 때 폭락한 영국국채를 사들인 다음 워터루 해전에서 나폴레옹이 패전했을 때 이를 비싼 값아 팔아 당시 돈으로 백만 파운드를 벌었습니다.

20세기 경제학의 한 획을 그은 케인즈는 어땠을까요? 한 마디로 롤러코스터 성적표입니다. 그는 20년대에 주식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가 이후 세계경제가 더블 딮에 빠질 때 이를 다 날립니다. 하지만 이후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백만장자가 됩니다.

정반대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옵션의 블랙숄즈 모형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숄즈가 세운 펀드... 널리 알려진 롱텀캐피탈 파산사태입니다.

러시아의 이자율이 오를 것으로 보고 러시아 국채에 대규모 베팅을 했다가 예기치 못하게 러시아정부가 부채상환 유예선언을 하자 파산직전의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투자이론에 대가인 숄즈가 눈앞의 러시아 경제위기를 내다보지 못해 낭패를 당한 것입니다.

또 저명한 경제학자인 헨리 카우프만은 최근 메이도프 전 나스닥위원장의 폰지 사기에 걸려 적지 않은 돈을 날렸다고 합니다. 앞에서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데 대한 영국여왕의 질책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투자와 관련해서도 ‘경제학자는 스마트한 데 왜 부자가 되지 못하느냐’는 일부의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합니다, 하지만 그 예측은 미리 세워 놓은 많은 가정을 전제로 복잡한 수학적, 통계적 모델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예측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이 가정과 다르게 움직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예측이 틀릴 개연성이 더 큰 것입니다. 나심 탈레브가 말한 0.1% 확률의 충격적인 사건, 즉 검은 백조가 나타나면 예측 자체가 무력해 질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의 세계도 시장이 합리적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야성적 충동에 의해 변동하기 때문에 치밀한 분석이 성공투자를 반드시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예측이 빗나가기 때문에 경제학이 쓸모없다는 경제학의 무용론을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경제학도 변화무쌍한 현실의 세계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의 투자 실패 사례를 통해 보여드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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