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도입 배경과 세부 규정사항 등을 파악 중
"매일 총회 할 수도 없고"…레버리지 배율 조정, 현실적으로 불가능

홍콩 금융당국이 레버리지·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과열되자 레버리지 배율을 매일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제에 나섰다. 우리나라의 경우 규정상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우리 금융당국도 홍콩사례를 주목하고 있어 향후 추가 보완책을 정비할 때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홍콩 금융당국의 레버리지·인버스 ETF 규제 관련 도입 배경과 세부 규정사항 등을 파악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세부 내용을 알아본 이후 우리나라에도 적용 가능한 방안인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254,000원 ▲4,500 +1.8%)·SK하이닉스(1,816,000원 ▲57,000 +3.24%)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가 과열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유연한 레버리지 구조' 적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최대 ±2배인 기존 상한 안에서 레버리지 배율을 매일 조정하게 된다. 2배 수익률을 기대하던 상품이 1.5배, 1배 등으로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SFC가 운용사에 유연한 상품 운용을 허용한 건 그만큼 시장 변동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자에 대해서는 매일 변경되는 배율을 확인하도록 해 '당일 거래를 위한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시장에서 원하는 2배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SFC가 명시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으나 투자 심리를 억누르는 조치라는 점에서 사실상 투자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에선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하려면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가 펀드 계약사항인 신탁계약을 변경하려면 수익자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했다. 업계는 레버리지 2배 변경은 수익자 이익과 관련한 사항으로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펀드 수익자를 대상으로 하는 총회를 열어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 수익증권 총좌수의 25%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ETF가 주식처럼 거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자를 대상으로 총회를 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미 운용사들이 발행한 집합투자 규약에는 '기초지수 일간 변동률의 2배수로 연동해 운용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규정에 따르면 배율 변경은 수익자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홍콩처럼 하려면 매일 총회를 할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외에도 계약 위반에 따른 투자자 반발, 집단소송 우려도 존재한다. 금융당국 역시 이런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수익자총회는 주주총회보다 더 힘든 절차"라고 언급했다.
독자들의 PICK!
다만 해외 사례가 나타난 만큼 추후 금융당국이 이를 참고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현행법상 불가능하지만 법·규정 개정 등은 금융당국 의지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며 "금융당국이 홍콩의 규제를 참고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