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만났다. 유 부총리 취임 직후였던 1월 회동 이후 11개월 만이었다.
정국 불안에다 경제도 좋지 못한 시점이어서 이들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화기애애했던 1월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유 부총리는 이 총재와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꼭 (그런 사진을) 찍어야 하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이내 “엄중한 시국인데 이만하면 됐다”면서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양 기관에서 거시경제정책과 경제전망, 외환·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핵심 실무진들이 배석한 점도 1월과 다른 점이었다.
두 인사는 모두 발언에서 최근 국내 경제가 위기에 준하는 엄중한 상황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 기관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중국 후한서에 나오는 ‘동주공제(同舟共濟,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기재부와 한은은 수레 두 바퀴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 한은이 우선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회동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약 2시간 이어졌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더 진행됐다.
결과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유 부총리는 “앞으로 재정·통화 정책에서 긴밀히 협조하고, 폴리시믹스(정책조합, policy mix)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논의됐다”고 답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이 총재는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 정부로부터 통화정책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엄중한 상황’에 대한 인식은 같았다고 해도 그 해법은 확실히 달라 보였다.
이 총재는 15일 열린 12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성장률과 물가만 보고 금리정책을 할 수 없다”면서 ‘추가 금리인하론’에 사실상 제동을 걸어뒀다. 내년 미국 금리인상의 ‘후폭풍’을 걱정해서다.
이런 한은 총재에게 부총리의 ‘폴리시믹스’ 발언은 ‘기재부와 한은이 당분간 같은 배를 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