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백신 수요예측 실패…독감 '대유행' 불렀다

[기자수첩]백신 수요예측 실패…독감 '대유행' 불렀다

안정준 기자
2016.12.21 05:30

"독감 예방백신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는 지금이라도 신속히 예방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독감 발생자 수가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한 20일,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대국민 독감 예방수칙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독감에 취약한 65세 이상 노인과 생후 6~59개월 소아는 백신을 맞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이 직접 나서 예방수칙을 당부할 만큼 독감은 '대유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독감 바이러스가 발생한 덕에 초·중·고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독감이 급속히 확산됐다.

보건당국도 독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한시적으로 10~18세 소아청소년에게 항바이러스제 보험적용을 확대하기로 했고 교육부와 함께 의심환자 등교 중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후 대응이 최선의 방책인지는 의문이다. 올해 독감이 유행하기에 앞서 보건당국이 마련한 예방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독감백신 물량은 접종 시작 일주일 만에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부족 사태가 속출했다. 올해 처음 실시된 생후 6~12개월 미만 영유아 독감백신 무료접종도 난항을 빚었다. 접종을 시작한지 한 달 만에 일부 의료기관에서 물량이 동 났다.

전체 백신 물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보건 당국은 물량부족 사태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많은 백신을 비축했다. 하지만 지역별 백신 수요 예측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곳과 남아도는 곳이 동시에 나타났다. 백신 수급 불균형은 전국적인 독감 대유행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주 기준으로 전국 보건소 255곳 가운데 116개 보건소의 백신이 소진된 상태다. 지역별 백신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 가운데 '대유행' 단계로 접어든 독감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지금이라도 신속히 예방접종을 받으라'는 보건당국의 권고에는 그래서 힘이 실리지 않는다. 물샐 틈 없는 수급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뒀다면 어땠을까. 감염병 대응에서 '예방'은 항상 최선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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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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