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T리포트-정년연장 논란]①

11일 '고용연장을 검토할 때'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년연장 불씨를 지폈다는 해석이 나오자 청와대는 화들짝 놀랐다. 청와대는 정년연장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중장년층이 앞으로 필요한 노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모순으로 보이는 인식을 이해하려면 정부가 정년연장 대신 고용연장이란 표현을 쓰고, 논의 개시 시점으로 2022년을 못 박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9월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에서 다양한 고용연장 방안을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2022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문 대통령 발언의 출발점 격이다.
은퇴 연령층이 더 일을 한다는 건 자칫 세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중장년층과 청년이 일자리 쟁탈전을 벌일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고용연장을 다시 꺼낸 이유는 생산가능인구 급감 때문이다. 앞으로 일할 사람 자체가 적어져 일자리 쟁탈전은 커녕 구인난이 심화될 것이란 인식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 발언이 총선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중장년층 표를 얻는 대신 청년 표를 잃는 발언이라 큰 힘을 얻진 못한다.
고령화 시대에 중장년 인구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는 건 당연한 방향이다. 문제는 중장년을 '어떻게' 고용할 것이냐다. 정부가 제시한 계속고용은 현재 60세인 정년 이후에도 기업이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일본이 2006년 도입한 '고령자 고용확보조치'를 참고했다.
정부는 고용연장과 정년연장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정년연장은 60세인 법적 정년을 높이는 개념이다. 만약 정년이 65세로 오른다면 노동자는 60세까지 누렸던 임금체계, 고용보호를 5년 더 보장받는다. 현실에 적용하면 기업은 60세를 넘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 또 61~65세 노동자는 나이가 들수록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임금체계 아래서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된다.

고용연장은 정년연장과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다양한 임금, 고용 형태가 가능해진다. 60세 정년에 도달한 노동자와 1년짜리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기업 10곳 중 8곳은 재고용 형태로 중장년층 고용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또 65세로 정년을 보장해줘도 임금은 과거보다 줄일 수 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염두에 둔 계속고용 제도는 고용 자체는 증가시키면서도 기존에 경직된 임금체계, 고용보호 체계를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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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임금 유연성 확보다. 호봉제 임금체계가 견고하면 기업이 계속고용 제도를 활용할 유인책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본은 고령자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하기까지 8년 걸렸다"며 "2022년 계속고용 제도 도입 논의를 시작하려면 그 전에 직무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심도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어떤 형태로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가 동반되지 않고 고용연장을 뿌리내리긴 쉽지 않다"며 "인건비 부담 완화 방안은 정부 지침이 아닌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