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연기병기' 오정세, 난 니가 좋아

'최고의 연기병기' 오정세, 난 니가 좋아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5.30 07:15

2026년 초여름 전 국민은 '오정세 앓이중'
'모자무싸' 이어 '오십프로' '와일드씽'으로 덕후양산
마약 같은 매력에 빠져나올 수 없어

배우 오정세가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종영 후 MBC 드라마 '오십프로'와 영화 '와일드 씽'으로 연이어 돌아왔습니다. '오십프로'에서는 북한 특수 공작원 봉제순으로, '와일드 씽'에서는 발라더 왕자 최성곤으로 분해 완벽하게 다른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오정세는 데뷔 이래 20년 넘게 꾸준히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사랑스러운 찌질함'이라는 독특한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십프로', 사진제공=MBC
'오십프로', 사진제공=MBC

“작전 수행을 위한 변장도 모르네?”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무자모싸)가 종영하면서 박경세 감독과 이별하게 되어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 오정세가 돌아왔다. 작전 수행을 위한 변장이라고 하기엔 또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5월 22일 방영을 시작한 MBC 드라마 ‘오십프로’에서 오정세는 북한이 낳은 최고의 인간병기, 봉제순으로 분한다. ‘불개’라는 별명을 지닌 특수 공작원 봉제순은 귀신 같은 무력으로 그와 마주한 사람 중 그의 얼굴을 확인한 사람이 없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 과연, 1, 2화에서 작전 수행을 위해 여장을 하고 나타난 그에게서 전작의 박경세를 떠올릴 수는 없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니가 좋아~.”

6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와일드 씽’에서도 오정세가 나온다. ‘우윳빛깔’을 자랑하는 ‘원조 고막남친’ 발라더 왕자 최성곤으로. ‘와일드 씽’의 주인공은 3인조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인 황현우(강동원), 변도미(박지현), 구상구(엄태구)다. 최성곤은 20년 전, 음악방송에서 38주째 2위를 하며 39주째에도 트라이앵글에 밀려 2위에 머문 조연이다. 그런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와일드 씽’의 시사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 강력하게 꽂힌 건 최성곤, 아니 오정세가 말아준 ‘니가 좋아’인 것. 유튜브엔 벌써 ‘최성곤-니가 좋아 1시간 반복재생’ 영상이 올라왔고, 배우 류승룡이 최성곤을 ‘샤라웃’ 하며 커버 챌린지 영상을 올렸을 정도다. 다 필요 없고, 최성곤의 ‘니가 좋아’ 영상을 보라. ‘킹받는데 계속 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와일드 씽' 오정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 씽' 오정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세상 찌질한 영화감독에서 특수 공작원, 그리고 발라더 가수에서 20년의 세월로 변한 또 다른 모습까지. 아무리 천의 얼굴을 연기하는 게 배우라지만, 이 정도면 변검 수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오정세는 언제나 그랬다. 1997년 영화 ‘아버지’로 데뷔한 이래, 그의 필모그래피는 2000년대 초부터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한 해도 쉬지 않고 쌓여왔다. 출연작들을 보다 보면 그 무지막지한 성실함을 실감할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거치며 안 거쳐본 장르가 없고, 안 거쳐본 역할이 없을 만큼 종횡무진했으니 이젠 변검처럼 술술 얼굴을 갈아 끼우는 수준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숱한 역할을 맡았지만 사람들이 특히 오정세에게 좋아하는 얼굴은 ‘사랑스러운 찌질함’이 아닐까 싶다. 38주째 2위에 머무는 상황에 화가 치밀어 올라 욕을 쏟아 놓다가도 지나치는 스태프에게 손동작과 함께 “러브 유”를 발사하는 최성곤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을까. 황동만(구교환)의 데뷔작에 톱배우가 출연을 확정하자 조용히 아지트 밖으로 나와 두 주먹 내지르며 큰 소리도 못 내며 “악”을 외치는 박경세의 찌질함이 어쩜 그렇게 하찮으면서도 귀엽냐고.

‘Mr. 플랑크톤’의 세상 답답한 한의사 어흥도, 빌런이었지만 자꾸 눈길이 가던 ‘스토브리그’의 애매한 금수저 권경민도, 완장차고 꺼드럭거리고 싶어 안달이 났던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도 자꾸자꾸 생각나는 건, 그 사랑스러운 찌질함에 근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아, 영어 이름 어떻게 짓는지 모르던 ‘극한직업’의 테드 창과 “잤지? 잤지? 잤지?”를 외치던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승재도 빼놓을 수 없지.

'모자무싸' 오정세, 사진제공==스튜디오 피닉스, SLL, 스튜디오 플로우
'모자무싸' 오정세, 사진제공==스튜디오 피닉스, SLL, 스튜디오 플로우

게다가 ‘현실적인 이상형’이라는 밈이 있을 만큼 은근히 중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게 오정세의 매력이기도 하다. 필자는 작년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관식 못지않게 은근한 치명적 매력을 발산한 인물이 오정세가 특별출연으로 분한 염병철이라고 확신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뚝한 심성의 장부 같던 광례(염혜란)와 어떻게 결혼했으며, 광례 사후에도 자식이 둘이 딸린 홀아비 신세로 ‘도의적으로는 처녀’인 민옥(엄지원)을 꼬셨겠냐고. ‘현실적인 이상형’이란 밈에서도 ‘인정하기 싫지만 난 현실에서 오정세 같은 사람 만나면 짝사랑 오지게 할 거 같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진짜 현실에서 오정세가 보여온 캐릭터 같은 인물을 만나면 정말 그럴 거 같은 느낌이다. “어우, 뭐야 진짜~” 하면서 스며드는 느낌? 광례와 민옥이 넘어간 것처럼, 지금 우리가 최성곤에게 홀리는 것처럼.

그러니 당분간은 계속 즐거울 것 같다. 10년간 기억을 잃었다 이제 현실을 파악하려는 봉제순이 “이크 에크”를 외치며 선보일 화려한 액션과 신하균·허성태와 언밸런스하게 빚어낼 웃음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영화 개봉도 전에 유튜브로 최성곤의 ‘니가 좋아’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이니까. 다만, 친한 사람들 앞에선 ‘니가 좋아’를 함부로 재연하지 말자. 킹받아서 멱살 잡으려 하더라고. 어쨌거나, 오정세, 니가 좋아!

정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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