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무더기 재건축 추진에 갈 곳없는 세입자…집주인들도 거주지 찾아 삼만리

"연말에 이사하려면 늦어도 11월엔 전셋집 계약을 마쳐야 하는데 인근 잠실은 턱없이 비싸 꿈도 못 꾸죠. 최대한 대출받지 않고 가려면 하남·성남으로 가야되는데 애들 학교문제를 생각하면 무턱대고 결정할 수도 없고 답답합니다."(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조합원 거주민)
"그나마 조합원이면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죠. 우리같은 세입자들은 여기 전셋값 빼면 서울시내에서 살 수 없습니다. 네 가족이 원룸 겨우 살 수 있겠네요."(가락시영 세입자 거주민)
24일 오전,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의 한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이사' 질문을 하자 나온 대답들이다.
조합원들은 올 연말이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지 14년 만에 공사가 시작되고 최근 매매호가도 꾸준히 올라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지만, 재입주 시점까지 지내야 할 전셋집을 구할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세입자들은 그마저도 답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 아파트 전셋값은 건물 노후에 따라 1억원이 채 안된다. 전용 50.12㎡의 경우 전세 시세는 평균 9000만원대. 인근 단지로 이사할 경우 최소 1억5000만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가락시영 세입자들에게 '전셋집 구하기' 1순위로 꼽히는 곳은 인근의 오금동과 거여동이다. 그나마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오금동 전셋값은 3.3㎡당 평균 988만원이며 거여동은 3.3㎡당 평균 866만원이다. 서울시 3.3㎡당 평균 전셋값(1014만원)보다도 저렴하다. 오금동 상아2차아파트 전용 84.98㎡ 전세 보증금은 3억2000만원이다.
문제는 전세물량 대부분이 전용 40㎡이하인 소형이란 점. 4인 가족이 살기에 적합한 평수의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도 당장 연말부터 6600가구가 이삿짐을 꾸려할 가락시영 이주민들을 송파구 관내에선 수용하기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4구 전세 이주민을 해당 지역 안에서 모두 수용하는 것은 이주시기를 최대한 조정해봐도 불가능하다"며 "내년 초 입주물량이 나오는 성남이나 하남으로 이주한 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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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영 한 주민은 "주변에 살만한 다세대나 빌라 등도 이미 계약을 마쳤거나 집주인과의 전세 보증금 협상이 좀처럼 쉽지 않아 성남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재건축 단지 밀집지역인 개포지구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특히 조합원과 세입자간 입장차는 마찬가지였다.
개포시영과 주공2·3단지 등 4500가구 이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개포지구도 거주자의 70% 이상이 영세 세입자다. 전용면적 60㎡ 이하 재건축단지 전세 시세는 평균 9300만원대로, 같은 면적의 강남구 일반 아파트 전셋값(평균 3억7300만원)의 24% 수준이다.
강남권 재건축단지 주민들의 이주가 주변 지역 전세난을 야기시키고 서울 외곽의 임대료 상승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강남권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분당, 용인, 하남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 전세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서초구 일대 재건축단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상대적으로 조합원들의 자금 사정이 낫기 때문이다. 서초구 삼호가든4차 한 주민은 "최근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며 "2년간 살만한 전셋집도 인근 재건축 아파트나 잠실쪽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선 △반포 우성 △삼호가든 4차 △신반포 5차 △우성 2차 등 3100여가구가 내년부터 본격 이주할 예정이다. 인근 G공인중개소 대표는 "서초구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이주 시점이 비슷한 강남권 다른 단지들에 비해 세입자 비율이 낮은 편"이라며 "자금사정도 그만큼 좋기 때문에 강남구나 송파구 등으로 이주할 계획을 짜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