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에 입주중단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조합과 단지 내 어린이집(경기유치원) 간 6년여 묵은 분쟁이다. 조합 입장에서 유치원은 첫삽을 뜨기 전부터 '눈엣가시'였다. 조합은 보상금을 주고 내보내려 했지만 유치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사는 시작됐다.
조합에게 유치원은 회색코뿔소다. 누구나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을만큼 크고 무겁다. 피하지 않은 게 문제다. 설마 임시준공인가 취소 가처분신청을 할까, 설마 2000여세대의 입주를 막아설까 하는 생각이 현실이 됐다.
위험 징후는 많았다. 새로 지을 유치원의 위치, 면적, 지분 등을 둔 조합과 유치원 의견은 항상 엇갈렸다. 유치원 측은 2017년부터 "아파트조합원, 상가조합원들과 비교해볼 때 현저하게 형평에 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2020년에는 조합과 강남구청을 상대로 관리계획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들이닥쳤다. 서울행정법원은 "유치원에 대한 관리처분기준 부분을 취소한다"며 지난 1월13일 유치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건축 전 단독필지였던 유치원 부지를 조합이 공유필지로 처리하려 한 결과다. 재판부는 "아파트나 상가와 성격이 다른 독립필지의 유치원 부지를 일방적으로 다른 공동주택 소유자들과의 공유관계로 변경한 것은 사용·수익·처분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결의 기준은 '법'이다. 자연처럼 냉혹하다. 코뿔소가 덮쳐 일어날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 '설마' 하는 일이 그대로 일어나는 게 자연이고 현실이다.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에서도 공사비 증액 문제로 입주가 막혔다. 조합은 시공사가 입주를 막을걸 알면서도 입주를 강행해 애꿎은 입주예정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코뿔소가 다가오고 있는 곳도 있다. 입주를 준비중인 강남구 '대치푸르지오 써밋',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서초구 '신반포 메이플자이'에서도 공사비 등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의 의견차가 크다. 코뿔소를 잡든 피하든 달래든 '먼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덮친 후에는 피해규모가 더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