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평화유지·식량지원 활동까지 차질

유엔이 미국과 중국의 분담금 체납으로 재정 위기에 빠졌다. 직원 급여 지급은 물론 식량 지원과 평화유지 활동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엔에 40억달러 이상의 분담금을 체납 중이며 중국은 4억5500만달러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유엔은 재정의 42%를 미국과 중국에 의존한다. 분담금은 회원국 경제 규모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미국의 분담 비율은 유엔 정규예산의 22%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이 설정돼 있다. 중국의 분담률은 경제 성장에 따라 10여년 동안 5% 수준에서 20% 수준으로 올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이 파산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며 "우리 조직의 재정 붕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엔은 현재 추세라면 8월 중순경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유엔 차기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유엔은 재정 위기에 맞서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 삭감을 단행하고 사무국 직원 약 3000명을 감원했다. 또 유엔은 통역 인력을 축소하고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중단하는 한편 75년 된 뉴욕 본부 건물의 노후 외장재 보수도 미루고 있다.
미국은 유엔 지원을 전면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담금 납부 조건으로 추가 인력 감축, 비즈니스석 이용 축소, 기계번역 활용 확대 같은 추가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분담금 납부 의무를 이행하겠단 입장이지만 납부 시점을 늦추며 유엔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WSJ은 유엔이 파산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불분명하지만 전 세계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중단되고 식량 지원과 안보 관련 프로그램도 멈춰설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유엔은 뉴욕 본부 사무국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15개 전문기구를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 이들 기구는 감염병 대응을 총괄하고 국제 항공 안전 기준을 관리하며 글로벌 통신망의 상호 연결 규격을 표준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유엔은 분쟁 지역에 배치된 5만명 이상의 평화유지군(PKO)을 운영·관리하고 있다.
유엔의 재정난은 독특한 예산 규정 때문에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회계연도 말에 남은 예산은 각국의 분담금 비율에 따라 회원국에 환급되는데 실제로 분담금을 납부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적용된단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