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세 속 지역별·보유 형태별 온도 차 뚜렷

"먼저 팔아야 하나? 아니면 계속 버텨야 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관련 발언 이후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는 재차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장 매물이 쏟아지는 모습은 아니지만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주택 보유 수와 세금 부담 간의 상관관계를 다시 저울질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먼저 반응하기보다 한동안 매도와 보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26일 서울과 수도권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통령 발언 이후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진 건 분명하지만 매물 증가나 매도 문의와 같이 구체적인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아울러 강남권과 비강남권, 개인 다주택자와 법인 다주택자 등 지역과 보유 형태에 따른 온도 차도 명확하다.
서울과 경기·인천에 10채 넘는 주택을 보유한 A씨는 "문재인 정부 때 세금으로 한 번 크게 덴 뒤로는 정책 관련 발언이 나오면 먼저 (유·불리) 계산부터 하게 된다"며 "지금도 선제적으로 팔아야 할지 아니면 반대로 계속 버텨야 할지를 다시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송파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개인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급매물 출회가 포착된다. 아파트, 빌라 등 주택 2~3채를 함께 보유한 개인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의식해 선제적으로 매도를 검토하는 사례다. 반면 법인이나 매매사업자 명의로 다수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세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만큼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모습이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개인과 법인 보유 주택 간 움직임이 엇갈리는 이유다.
다주택자들이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더욱 주목하는 건 보유세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맞물리면서 서울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었다. 실제 당시 일부 고가 아파트의 경우 2019년 700만~900만원 수준이던 보유세 규모가 세율과 과표 조정을 통해 1200만~1500만원대로 두배 가량 뛰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시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연간 수천만원의 세금을 부담하는 다주택자도 드물지 않았다며 "버티다 보면 고지서가 감당 못 할 수준으로 온다"는 경험이 지금까지 학습효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지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인 5월 9일을 앞두고 일부 급매가 나오긴 하겠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매도자뿐 아니라 매수자들 사이에서도 가격 흐름을 확인한 후 거래에 나서도 늦지 않는다는 관망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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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압구정케빈부동산 중개법인 대표는 "5월 9일 잔금이나 계약 조건을 맞춘 매물 가운데 대형 평형은 6억~7억원, 30평대는 3억~4억원 낮춘 사례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 지난해부터 미리 나와 있던 물건들"이라며 "매도자들이 추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보고 매수자들이 기다리면서 실제 거래는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압구정 등 핵심 지역 한 채를 남기려는 흐름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을 전후로 일부 절세 매물이 나올 수는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매물이 다시 회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보유세 인상 등 세제 신호가 구체화할 이후라면 다주택자들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지역과 보유 형태에 따라 엇갈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경기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긴장하긴 했지만 당장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각자 계산을 마친 뒤 이르면 이번 주중 일부 반응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시장 전체를 흔들 만큼의 움직임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다주택자들의 고민 여부와는 무관하게 구조적인 제약으로 실제 매도 수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다주택자 상당수가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 갱신청구권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팔고 싶어도 당장 매물로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건축·재개발 기대가 반영돼 집값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부동산세제 개편 등 추가 규제가 더해지면서 매수·매도 어느 쪽으로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