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우리은행장 "조기민영화에 방점찍어야"

이종휘 우리은행장 "조기민영화에 방점찍어야"

대담=홍찬선 부국장겸 금융부장, 정리=오상헌 기자, 사진=이명근 기자
2011.01.05 13:14

[2011신년기획] 금융CEO 릴레이 인터뷰(2) 이종휘 우리은행장

선발제인(先發制人), '한 발 앞서 움직여 남을 제압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2011년은 은행권 '빅뱅'의 원년이다. 명실공히 '4강 체제'로 재편된다. 비슷한 덩치의 대형은행 4개가 한 치 물러섬없는 경쟁에 돌입하는 만큼 '생존'을 위해선 선제적 시장 선점이 필수다. 이 행장이 연초부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배경이다.

우리은행엔 그러나 '영업대전' 승리 못잖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이 행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들의 10년 숙원인 '민영화'다. 선도은행(리딩뱅크)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이 행장이 지난 달 27일 머니투데이와 신년 인터뷰를 하면서 수차례나 "올해 반드시 민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행장은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우선순위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단 '조기민영화'에 둬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처럼 '과점주주 체제'의 지배구조로 우리금융을 민영화한 뒤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민영화 '방법론'에 대해선 과점주주별로 가격을 차등화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적자금을 최대로 거둬들여야 하는 정부 입장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많이 내기 어려운 우리금융 측의 입장을 절충하자는 뜻이다. 최저입찰가격과 매각 물량을 정해 놓고 고가 입찰자별로 희망수량을 순차 배정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 취임한 지 2년6개월이 지났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단기 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지속성장을 위한 '정도영업'을 정착시켰다는 데 자긍심을 느낍니다.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은행 이익보다는 고객 이익의 관점에서 경영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과거 2~3년은 긴축경영을 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움을 함께 감내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낍니다.

-새해 경영전략의 화두가 '조직 역량 집중으로 경쟁우위 확보'입니다. 조금 더 구체화된 경영전략을 소개해 주십시오.

▶지난 해 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비용이 다른 은행보다 많았습니다. 그래도 특별이익 등에 힘입어 1조원이 훨씬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기 때문에 그런대로 선방했다고 자평합니다. 올해는 긴축경영에서 정상경영 모드로 전환됩니다. IT(정보통신)나 지점 영업환경 개선 등 영업지원 체계를 확실히 구축할 계획입니다. 순익은 올해(1조2000억원 예상)보다 50% 가량 많은 1조8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펀드나 방카슈랑스 신탁 카드 등 비이자수익을 증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16% 수준인 비이자이익 수익을 20% 이상 많게는 30%까지 끌어올리겠습니다.

- 우리은행의 숙원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일단 중단됐습니다.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매각 조건을 짜고 민영화를 재추진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인 '과점주주' 방식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조기 민영화'를 통해 우리금융이 금융산업 발전을 견인하게 하고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과점주주 중 기관투자자나 사모펀드(PEF)엔 시가에 일정 정도의 프리미엄을 받고 우리은행 고객 등엔 시가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조기 민영화'를 우선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길 기대합니다.

-우리금융 '과점주주' 민영화 방식에 대한 투자자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민영화가 일단 중단돼 아쉬움이 많지만 투자자나 시장에 두 가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봅니다. 우선 시장에서 놀랄 정도의 많은 투자자들이 모였습니다. 기업, 개인, 기관 등 은행 고객들과 해외 투자자들도 생각보다 많은 호응을 보여줬습니다. 조기 민영화의 필요성과 민영화 이후 기업가치 상승을 많은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도 수확입니다.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안이 나오면 우리은행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민영화에 참여하길 원하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로 은행권이 '빅뱅'을 맞고 있습니다. '4강 체제'가 구축되는데 국내 금융산업이 어떤 경쟁구도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2010년은 은행 간 인수합병(M&A)과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금융권이 유난히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올해 4강 체제가 구축되면 영업 경쟁도 더욱 격화되겠지만 '내실성장'과 '리스크 관리'는 필수입니다. 단기 외형성장이나 특정 영업 분야에서 과당 경쟁을 벌이는 일은 자제해야 합니다. 은행들이 경쟁 속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 경쟁은행과 견줘 우리은행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우수한 인력, 충성도가 높고 풍부한 고객 기반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개인과 기업, 기관 등 1600만명이 넘는 폭넓은 고객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금융 분야에서 풍부한 노하우와 전문지식,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선진은행에 비해 종합자산관리 능력과 투자은행(IB) 역량이 다소 미흡하다고 봅니다.

-국내 은행들이 좁디좁은 국내 시장의 출혈경쟁보단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수익성과 성장성, 전략적 필요성이 큰 지역, 시장 이해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우선 올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을 신설하고 인도 첸나이 사무소도 지점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브라질 상파울로사무소의 법인 전환도 추진 중입니다. 호주 시드니엔 지점을 신설합니다.

-올해도 자산건전성이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2011년을 '자산클린화'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해로 삼을 계획입니다. 신규 부실여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신용리스크관리 조기경보시스템'을 올해부터 모든 대출에 전면 도입할 예정입니다. 기업 재무 정보와 함께 대출한도 소진율 등 동태적 정보와 시장 정보를 함께 적용해 리스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자동점검하는 시스템입니다. 기존 부실채권도 조기 매각해 무수익자산(NPL)을 대폭 감축할 계획입니다. 부동산 PF는 결국 담보만 믿고 있어선 안 됩니다. 사업성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아직 미흡하지만 건전 여신을 CEO 과제로 지속 추진하겠습니다.

-은행권 빅뱅이 이뤄지면서 카드사업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카드사 분사는 검토하고 계신가요.

▶금융시장이 정상일 때는 카드사가 별도로 있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위기일 때는 은행 내에 있는 게 낫습니다. 현재 지주사에서 우리카드 분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분사하면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게 단점이지만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유리한 점도 많습니다. 리스크 관리나 조달 측면에선 은행 안에 있는 게 유리합니다. (분사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 결정하게 될 겁니다.

-40년이 넘게 금융인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To the basic',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는 게 개인적인 철학입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조금 늦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정도영업만이 지속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기본과 원칙을 벗어나면 고객의 신뢰도 사라집니다.

-올해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인가요.

▶우리금융 민영화가 반드시 됐으면 합니다. 민영화가 되면 우리은행의 위치가 시장에서 완전히 달라집니다. 임직원들 모두의 소망입니다. 지금이 기회라고 봅니다.

-최근 재미있게 본 책이 있으신가요.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봤습니다. 소위 시장 경제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단점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책 읽을 시간이 다들 많지 않은데 역사책도 좀 많이 봤으면 합니다. 역사는 계속 반복됩니다. 역사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역사책을 가까이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은행 고객들과 임직원들에게 새해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년에도 우리은행이 고객들의 '행복파트너' 역할을 잘 하겠습니다. 임직원들에겐 '긴축경영'에 동참해 고통을 분담해 준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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