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 보험정보, 서로 갖겠다는 이유가

[기자수첩]내 보험정보, 서로 갖겠다는 이유가

신수영 기자
2013.01.23 16:32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지푸라기로 집(보험정보 시스템)을 짓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보험개발원)

"이대로 두자는 것은 말기 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금감원)

"보험정보를 협회가 아닌 다른 곳에 주는 것은 독도를 일본 땅이라 하는 것과 같다."(생보협회)

지난 21일 '보험정보 집중'과 관련한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열린 공청회는 이처럼 원색적인 '설전'이 오갔다. 논란의 핵심은 보험정보를 보험개발원으로 집중하는 것이 맞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보험 정보를 어디서 가져가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정보가 잘 보호되고 있는지, 꼭 필요한 선에서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문제가 불거진 계기도 따져보면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법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데, 생손보 등 양 협회가 집적한 정보들 가운데는 개인동의가 불가능한 정보도 상당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사고의 피해자(제3자)나 단체보험의 피보험자 등의 정보 등은 일일이 개인동의를 받기 어렵다.

그런데 보험사기 여부나 실손 중복가입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개인동의를 받지 않은 정보도 활용이 불가피하다. 해법은 관련법을 개정해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면책조항'을 넣는 것인데 금융당국은 수년간 이를 방치해뒀다.

금감원 관계자가 현 보험정보 시스템을 말기 암환자에 비유한 것도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한시 바삐 이를 고쳐야 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이 아닌, 행정지도와 감독규정 개정으로 보험개발원에 정보를 모으는 방법을 택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업법상 정보 수집 과정에서 동의절차가 면제되므로 문제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해지면서 '활용'에 무게가 실린 법 개정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다보니 정작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 보호' 논의는 뒷전이 됐고 업계와 기관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보험정보에는 한 개인의 질병정보와 사고이력 등 민감 정보가 가득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험정보의 활용과 보호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면 결론과 상관없이 후유증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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