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지부진한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

[기자수첩]지지부진한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

최동수 기자
2016.11.23 05:56

"빅데이터가 화두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은 10년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4차산업혁명' 포럼에서 시중은행 빅데이터 실무자들이 한 말이다. IT(정보·기술)가 발달하면서 은행엔 수많은 정보들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선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빅데이터를 활용할 때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은 빅데이터 관련 규제다. '개인정보'에 대한 범주와 개념이 모호하고 업종간 정보교류 절차가 복잡해 업무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실무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가 지난 6월 내놓은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인 예다. 개인을 알아보기 어렵게 익명화한 정보(비식별정보)를 빅데이터에 활용토록 한 게 가인드라인의 골자다. 하지만 비식별화할 수 있는 개인정보 항목과 범위에 대한 기준에 모호하다며 금융권과 관련업계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일반적인 성별, 출생연도, 거주지 등을 제외하고도 은행 예금규모, 가입한 금융상품 등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이것들도 비식별화해야할 정보인지 아닌지 범주가 정해져 있지않다. 빅데이터 정보로 이용해도 되는 지 잘 모르겠다”.

업계의 불만은 더 있다. 다른 산업간 정보교류도 힘들다. 빅데이터가 혁신의 촉매제가 되려면 기업 내부의 정보뿐 아니라 업종간 정보교류가 필수인데 환경이 여의치 않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이 통신사나 카드사, 병원 등 다른 기업과 정보 교환을 하려면 ‘4단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간, 비용이 워낙 많이 필요하다보니 선뜻 나서기 어렵다.

반면 나라밖 움직임은 다르다.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은행들의 빅데이터 활용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손잡고 대학생을 위한 금융상품을 내놨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빅데이터로 고객별 행동 패턴을 도출, 고객 맞춤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결국 차이는 규제에 있다. 우리의 ‘가이드라인’은 규제이긴 하지만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차라리 유럽, 미국 등처럼 비식별화 정보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주면 업계에 맞춰 준비할 텐데 현실은 너무 어중간하다. “법을 만들어 차라리 빅데이터 정보 교류를 해줄 중개기관 (Honest broker)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애매한 규제는 오히려 모든 행동을 제약한다. 달리는 이들의 발목뿐 아니라 옷가지, 손목을 다 붙잡는다. 최소한 달릴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제’를 해달라는 게 업계의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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