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최근 급부상하자 금융당국이 의견 청취에 나섰다. 주요 회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불러 현황과 애로사항 등을 들었다. 보험사들은 경영상의 문제보단 금리 상승 효과가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적용될 수 있는 규제 조치 완화 방안 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2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20여개 주요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CEO(최고경영자) 참석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보험사 CEO들에게 금리 상승에 따른 RBC(지급여력)비율 악화와 관련한 우려를 표시했다. 내년부터 새로운 자본규제인 IFRS17(새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이하 킥스) 도입을 예고했었던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다. 수치가 높을수록 양호하다는 의미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이 취합해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RBC비율은246.2%로 1년전인 274.9%과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특히, 흥국생명 163.2%, KDB생명 168.9%, DB생명 157.7%, 한화손보, 176.9%, 흥국화재 155.4%, KB손보 179.4%, 악사손보 169.7% 등 금융당국 권고치에 근접한 보험사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KDB생명이나 한화손보, KB손보 등의 경우는 RBC비율이 각각 188.8%, 191.3%, 181.8%로 오히려 200%에 가까웠었다. 악사손보의 경우는 212.9%에서 160%대로 3개월만에 곤두박질 친 경우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RBC비율 하락은 경영 환경 악화 등의 내부 요인 보다는 금리 상승이라는 외부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보험사들의 수익율을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보유 중인 채권의 평가 가치는 떨어진다. 급격한 금리 변동으로 재무건전성이 일시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독자들의 PICK!
문제는 앞으로다.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장기 채권의 금리가 지난해 말보다 올해 1분기에 더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국고채 10년만기 금리는 지난해 말 2.25% 수준에서 최근 3.2~3.3%를 오간다. 1%포인트 이상 올랐다. 각사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0.1%포인트 당 RBC비율이 5%포인트 가량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본다. 산술적으로 3개월만에 50%포인트 이상 RBC비율이 더 나빠질 수 있는 곳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인만큼 재무건전성이 더 나빠져 자본확충 숙제를 안게 될 보험사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RBC비율이 나빠지면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주요 보험사 CEO들을 불러모은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의견을 주로 듣는 자리 였다"며 "내년부터 적용되는 '킥스'에서는 금리 상승이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RBC비율보다 적기 때문에 RBC비율이 악화될 때 적용될 수 있는 규제 조치를 유예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