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으로]

기준금리가 1년 반 만에 멈췄다. 은행들은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 여론과 정부 압박에 금리 인하 조치를 서둘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출을 받은 소비자(차주) 대부분의 대출금리는 당분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오를 가능성도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한 조치다.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하 중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21일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실질 대출금리를 낮췄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내린다.
대출소비자에게 좋은 소식이지만 대출금리에 연동되는 시장금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올해 초 내리던 은행채 금리는 최근 반등했다. 23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3.826%, 5년물은 4.315%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인 16일과 비교해 각각 0.108%포인트(p), 0.111%p 올랐다. 은행채 1년물은 신용대출 준거금리, 5년물은 주담대 준거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재확인됐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으면서 발생된 결과다. 오히려 미국 국채 금리가 올랐고,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넘기는 등 장기화하는 모양새라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국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기준금리 자체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에 따르면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 6명 중 5명은 올해 최종 금리 전망을 3.75%로 봤다. 위원 1명만 최종 금리를 현재와 같은 3.5%로 전망했다. 금융권은 한은이 이번엔 경기 둔화 때문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고려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또다른 대출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감소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시중은행이 예·적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월 대비 0.47%p 내려가긴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예·적금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기존 차주들의 이자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점도 알아둬야 한다. 대출금리 인하 조치는 신규 대출 차주를 타깃으로 해서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일괄 조정할 때는 스스로 책정하는 가산금리나 우대금리를 변경한다. 그런데 가산금리나 우대금리는 대출을 실행하는 시점에 확정된다. 한도 등 조건은 그대로 두고 가산금리·우대금리가 조정되는 경우는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되거나 다른 은행 대출로 갈아탈 때(대환)다. 대환 시엔 중도상환수수료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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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4.53~6.42%,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3~6.31%다. 신용대출 금리는 5.35~6.47%다.
일각에서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대출금리가 금융권 건전성 부실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5%로, 전년 같은 기간(0.21%) 대비 0.04%p 올랐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체율 외에 내부적으로 보는 부실 관련 지표가 심상치 않다"며 "위험한 채권은 은행이 자체 프로그램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하반기쯤엔 부실이 많이 발생할 수 있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과 함께 '일반 차주'에 대한 이자 부담 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위한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시행했다.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공시를 다양화해 수용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23일 "금리인하요구권을 미이행 했을 때 제재 수준 등이 선진국 대비 매우 낮아 그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