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기업, 혼자 '4대 퍼즐' 못 맞춰…특구가 '동행자' 돼야"

"딥테크 기업, 혼자 '4대 퍼즐' 못 맞춰…특구가 '동행자' 돼야"

경주=류준영 기자
2026.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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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공공기술 사업화 컨퍼런스(PTC Korea) 개최
임문택 특구진흥재단 대덕특구본부장, '딥테크 기업의 생존 퍼즐과 특구 혁신생태계의 가치 있는 동행' 주제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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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 임문택 본부장의 발표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 임문택 본부장의 발표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딥테크(첨단기술)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인력 축적, 자본시장의 신뢰, 현장 실증, 생태계 확장이라는 '4대 퍼즐'을 모두 맞춰야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이를 혼자 해내기는 어렵다. 연구개발특구가 이 퍼즐을 함께 맞추는 '동행자' 역할을 20년간 해왔고, 앞으로는 기술 깊이를 사업 가치로 순환시키는 '대덕 딥루프(Deep Loop)'로 나아가야 한다."

임문택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덕특구본부장은 26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에서열린 '2026 공공기술 사업화 컨퍼런스(PTC Korea)'에서 '딥테크 기업의 생존 퍼즐과 특구 혁신생태계의 가치 있는 동행'을 주제로 대덕특구 20년 경험을 짚으며 이 같이 말했다.

연구소기업·특구펀드·규제 샌드박스…제도로 함께 걷다

임문택 본부장에 따르면 특구는 제도적 도구로 딥테크 기업을 뒷받침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연구기관이 기업 지분을 10% 이상 출자해 세우는 '연구소기업' 제도다. 전국 연구소기업은 2025년 11월 말 2148호까지 늘었고, 5년차 생존율이 약 80%로 일반 창업기업(34.3%)을 크게 웃돈다. 평균 매출도 13억5000만원으로 일반 기술창업(3억5000만원)의 3배가 넘는다.

임 본부장은 "2015년 콜마비앤에이치 상장 이후 매년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제도가 지향점(롤모델)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구는 성장 단계 기업을 위한 '첨단기술기업' 제도, 연구 단계부터 규제를 미리 푸는 '규제 샌드박스'도 함께 운영 중이다.

첨단기술기업 제도는 연구개발특구에만 있는 성장형 기술기업 특화 지원제도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정한 생산능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을 지정해, 세제 혜택으로 경쟁력 강화를 돕는다.

올해는 알테오젠이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됐고, 규제 샌드박스는 방산용으로만 쓰이던 폭발물 기술을 누리호 민수 부품에 적용하도록 임시허가한 사례로 이어졌다.

자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특구는 2008년 지역에 본사를 둔 모험투자 조합을 처음 시도했다. 현재 특구펀드는 11개(5588억원 규모)로, 260개 기업에 총 4111억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딥테크 기업이 75%, 지역기업이 79%를 차지해 수도권보다 지역기업에 3배 이상 투자했다. 알테오젠·수젠텍·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이 자금으로 성장했다.

좋은 기업 기준 바뀌다…딥테크의 부상

임 본부장은 "좋은 기업의 정의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며 "이윤 극대화를 최고로 보던 시각에서, 이제는 독보적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 생태계와 상생하며 시장 난제를 풀어가는 기업으로 무게가 옮겨갔다"고 말했다.

실제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얼굴도 바뀌었다. 글로벌 시장은 2005년 GE·엑손모빌 등 전통 제조·에너지 기업에서, 2015년 애플·구글·아마존을 거쳐, 현재는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일라이릴리 등 AI 딥테크와 플랫폼 바이오 기업이 주도한다. 국내 코스닥도 2005년 NHN·주성엔지니어링에서 현재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레인보우로보틱스·펩트론 등 딥테크 바이오·로봇 기업으로 재편됐다.

임 본부장은 "딥테크 기업은 기후·질병·로봇·우주 같은 근본적 난제를 겨냥하고, 여러 과학기술을 융합하며, 소프트웨어가 아닌 실물 제품을 만든다는 특징을 갖는다"며 "앱·소프트웨어가 1~2년, 로봇·AI·장비가 6~9년인 데 비해 바이오·신약 플랫폼은 10~15년이 필요하듯 무엇보다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덕특구 주요 상장기업의 평균 업력이 18~20년인 것은 바로 이 잉태 기간을 견뎌낸 결과"라고 말했다.

딥테크의 4대 퍼즐, 혼자서는 못 맞춘다

임 본부장은 딥테크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요소로 4가지를 꼽았다. △대체 불가능한 원천 지식재산(IP)과 연구인력을 쌓는 '기술·인력 축적' △자본시장에서 공신력과 가치를 입증하는 '자본·신뢰 확보' △연구실 기술을 공장·병원 등 현장에서 검증하는 '시장 검증(PoC)' △대기업·글로벌 선도기업의 밸류체인과 결합하는 '생태계 확장'이다.

문제는 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이 이 4가지를 혼자 힘으로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임 본부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특구가 함께 퍼즐을 맞추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남을 넘어 살아있는 네트워크로"…남은 과제

임 본부장은 2006~2008년 예비창업자와 초기 스타트업을 묶어준 '스타트업 플레이트' 프로그램으로 81개 기업을 발굴하고 11개사가 116억원을 유치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살아남은 기업은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순히 만나게 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며 딥테크와 일반 스타트업을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살아있는 네트워크'다. 상장기업이 후배 스타트업에 자신의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IPO 라운지', AI·첨단바이오·우주항공 등 분야별로 출연연과 기업이 문제 해결을 함께 고민하는 '띵동 포럼'과 'D-커넥트 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SK에코플랜트와는 8년째 오픈이노베이션을 이어가며 반도체 클리닝·초순수 분야 기업을 함께 발굴하고 있다.

고용의 방향도 바꿔야 한다고 봤다. 대규모 제조 공장 대신 '확장된 R&D 인재'가 모인 딥테크 기업을 키우는 것이 AI 시대 지역 혁신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R&D 기반 고숙련 일자리 하나가 지역 내에서 여러 파생 고용을 만든다"며, 이를 위해 기술특례상장과 위기관리에 특화된 전문 경영인력을 5년간 150명 이상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올해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기술 깊이를 비즈니스 가치로 순환시키는 '대덕 딥루프'를 통해, 딥테크 기업이 홀로 넘기 어려운 '죽음의 계곡'을 특구가 함께 건너는 동행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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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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