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다음 쓰러질 곳은 한국"

"태양광, 다음 쓰러질 곳은 한국"

대담=김준형 산업1부장 기자, 정리=이상배
2012.08.13 08:06

[머투초대석]최진석 STX솔라 사장-30년 반도체맨의 처방 "기술장벽이 해법"

-태양광으로 제2 한강의 기적 꿈꾸는 '반도체 달인'

-반도체 태양광 둘다 '실리콘 산업'.."사이클 견디면 기회온다"

최진석 STX솔라 사장은 반도체 바닥에선 '반도체 공정의 달인'으로 불렸다.

삼성그룹에서 한번 받기도 힘들다는 '자랑스런 삼성인상'의 기술상를 세 번이나 받았다.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살려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30년간 '반도체 맨'으로 살아온 최사장이 지난해 말 태양광 발전설비 기업인 STX솔라로 자리를 옮겼다.

반도체와 태양광? 둘을 묶는 공통분모는 원재료인 '실리콘'이다. 최사장에게 태양광은 반도체에 비해 훨씬 단순한 실리콘 산업일 뿐이다.

'실리콘 맨' 최사장이 태양광 시장을 헤쳐나가는 전략은 단순하다. 바로 '생존'이다.

반도체산업처럼 사이클을 견뎌내고 살아남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시장에서 살아남은 곳은 중국, 대만, 한국 뿐이다. 이대로 가면 다음으로 죽을 곳은 한국이다. 기술 장벽을 빨리 끌어올리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고가의 고효율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해법이다"

최근 서울 STX 남산타워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최사장은 태양광 발전설비(이하 태양광) 업체 최고경영자(CEO)이면서도 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숨기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올초만 해도 올연말이면 회복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수급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태양광 셀이 50GW 규모가 생산됐는데, 수요는 27GW에 그쳤다. 가격이 폭락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는 부수적인 요인이었다. 최소한 전세계적으로 공급이 15GW는 줄어야 수급이 맞는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는 돼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섣부른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이제 7차 사이클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반도체도 3∼4차 사이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태양광은 이제야 1차 사이클을 시작한다. 앞으로 생산설비 파괴(산업 구조조정)가 수반되면서 가격이 맞춰진 뒤 회복을 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다. 살아남은 기업들이 수요를 공유하면서 돈을 벌면 다시 또 투자를 하고 다시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반복할 것이다"

태양광 시장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비교 분석은 태양광 산업에 대한 장기적 낙관론으로 이어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매출액 60조원 시장에서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2007년에는 키몬다, 이번에는 엘피다 등 업체들이 하나씩 죽어가면서 살아남은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반면 태양광은 매출 자체가 늘어난다. 태양광은 수요처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STX팬오션 선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것이 일례다. 태양광 시장도 메모리 반도체처럼 3∼5차 사이클이 지나고 나서야 안정을 찾을 것이다"

실리콘 산업에서 느끼는 한계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반도체는 엔지니어의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많지만, 태양광은 폴리실리콘 등 재료 가격이 비용의 80% 이상을 차지해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국 태양광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으로 '기술과 가격의 차별화'를 꼽았다.

"태양광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반도체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그래서 웨이퍼가 다른 나라보다 좋다. 고효율, 고신뢰성 제품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실제로 STX 솔라는 현재 18.5%인 수율을, 증설과 공정개선을 통해 연말이면 업계최고인 19%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사장은 스스로 ‘한강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고가격, 고신뢰성 태양광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미 에너지기술평가원에 공동 프로젝트 제안을 내놓았다.

최 사장은 태양광의 가격 전략도 메모리 반도체의 고정거래선 전략을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에 정답이 있다. 삼성전자 제품은 품질신뢰도를 바탕으로 높은 가격을 보장받는 고정 거래선 가격으로 팔리는 반면 대만제품은 가격보장이 없는 현물가격으로 팔린다. 태양광 셀에 대해 25년간 품질을 보장해주고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 중국산과 차별화하는 방법이다"

'결정질'과 '박막' 등 크게 2가지로 나뉘는 태양광 방식 중 최 사장은 당분간 '결정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막은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박막형 태양전지를 생산했고, 삼성SDI와 LG이노텍 등이 박막형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최 사장은 역점을 두는 대표적인 해외시장으로 '일본'을 꼽았다. STX는 지난달초 JS인증을 획득, 일본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일본은 전기료가 비싼 나라다. 화력 발전 비용이 태양광 발전과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1년만 있으면 찾아온다. 중국산에 비해 품질이 높고, 가격은 일본 업체보다 싼 한국의 태양광 설비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태양광 사업으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매출의 30∼40% 이상을 일본에서 올릴 것"이라고 말하는 최사장의 얼굴에서는 업황을 걱정하는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에게 태양은 오늘도 뜨고, 내일도 떠오른다. 원료 공급, 설치비용, 안전 등 다양한 제약이 있는 다른 에너지 원에 비해 태양은 인류가 마지막까지 기댈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원이라는 확신은 그에게 늘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어준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이어 STX솔라까지 3개 기업을 거치며 유능한 사람을 발탁해온 것으로 소문난 그가 가진 '인재관'은 뭘까.

"일 잘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람, 적극적인 사람, 문제가 생길 때 빨리 해결하는 사람이다. 처음 하이닉스에 갔더니 '싸움을 안 하는 사람'을 인재라고 하더라. 부서 간 연계를 통해 '회색지대'(Gray Zone)를 줄이려고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사람이 인재인데, 이러다보면 싸움도 할 수 있다. 나는 적극적으로 업무협의를 하는 사람을 발탁해 승진시켰다." 그에게 혁신의 출발은 잘못된 인재론을 바꾸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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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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