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벌 청문회' 반복되지 않으려면

[기자수첩]'재벌 청문회' 반복되지 않으려면

김성은 기자
2016.12.13 06:14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

이른바 '최순실 청문회'를 생중계한 국회방송(NATV)이 2004년 개국 이래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청문회 '첫 화'부터 등장인물들이 만만치 않았다. 9명의 재벌총수가 나란히 참석해 '슈퍼 청문회' '어벤져스 청문회'라고 불렸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올린 매출만 910조원이다.

1차 청문회는 '삼성 청문회'라고 불릴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문이 집중됐지만,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구본무 LG 회장의 발언이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서는 구회장의 발언을 '사이다'라고 표현하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

구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해리티지 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에서 시키면 다음에도 또 낼 거냐"는 질책에 "국회에서 입법해서 (부당한 압력을) 막아달라"고 받아쳤다.

짧지만 작심한 듯한 구회장의 발언은 28년전 '일해재단 청문회(5공 청문회)'때와 같은 상황이 당시 기업인들의 자식 세대에서 반복되는 상황을 곱씹게 한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 신청을 한 뒤 단 하루 만에 허가를 받는 등 상식에 벗어나는 일 투성이었다. 두 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 정관, 이사진까지 베낀 티가 역력한데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재단'이라는 이름을 빌어 반복돼 온 정치권의 권력남용과 갈취를 막을 법적 장치가 보완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재단'들이 언제 등장할 지 모른다.

구 회장의 대답에 이어 하 의원은 "지난해 (기업들로부터 걷힌) 반강제 정치성 준조세가 6조4000억원"이라며 "준조세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투명하게 인상하자고 제안하면 받아들일 건지"를 물었다. 구 회장은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최태원 SK 회장은 고려해 볼만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난해 법인세수(45조원)와 비교시 준조세는 만만치 않은 규모다. 법인세율 인상은 청문회에서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지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기업인들 말대로 '선의로, 취지가 좋아서' 재단 같은 곳에 돈을 냈는데 엉뚱한 곳에 쓰이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차라리 세금으로 내는게 공공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나을 것이다.

기업은 강요에 의해 재단에 출연했다고 주장하지만 여론의 시각은 곱지 않다. 세무조사 무마가 됐든, 사업권이 됐든 뭐 하나라도 얻었을 것이란 일반 국민들의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런 방식의 출연은 이제 마지막이 돼야 한다.

'구태가 있으면 고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으면, 다음 세대 총수들도 또다시 청문회에 불려나오는 곤욕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성은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