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회 청문회 이후 경영정상화 속도… 예상 밖 시나리오 전개에 당혹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3일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면서 SK와 롯데그룹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검팀의 다음 표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각각 111억원, 45억원을 출연한 SK와 롯데가 꼽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이 잇따라 예상 이상의 강수를 두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일 밤샘 대비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해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서 가까스로 구속을 면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사법처리 가능성이 불거지자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소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지난달 초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직후만 해도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청문회 당시 삼성과 달리 상대적으로 집중포화를 피해간 SK, 롯데 등은 어느 정도 소명이 이뤄졌다고 보고 연말연초 경영정상화에 나설 의지를 비쳤다.
SK가 올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인력을 25%가량 줄이는 등 군살을 빼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감행한 것도 이런 판단과 무관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특검팀이 2015년 8월 영등포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이 김영태 당시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과 접견 도중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을 바탕으로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면서 분위기가 뒤집어졌다. 이 녹취록은 특검 수사에 앞서 검찰도 확인했지만 당시에는 대가성 연결이 안 된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왕회장의 귀국 결정'을 박 대통령의 사면 결정, '숙제'를 '재단 출연'으로 보고 있다. SK는 재단 출연금은 SK뿐 아니라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대기업이 청와대의 압박 때문에 지원한 것이고 녹취록에 포함된 '숙제'도 투자를 뜻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면받을 당시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은 설립도 되기 전이어서 전혀 연관이 없다"며 "면회실에서 사용한 은어나 대명사를 부정한 거래로 둔갑시켜 오해를 양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K스포츠재단은 2016년 1월 각각 설립됐다. SK는 이외에도 안종범 수석과 김창근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문자 메시지(하늘 같은 은혜)가 공개되면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롯데 역시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과 재단 출연은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박 대통령과 신 회장이 지난해 3월 독대하기 전부터 정부가 면세점 추가 선정을 계획했던 만큼 굳이 신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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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권을 다시 얻지 못하면서 면세점 업계 안팎에서 추가 선정 여론이 조성됐고 주무부처인 관세청 등이 검토하기 시작한 점도 롯데가 내세우는 반박의 근거다.
관세청도 이날 박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난해 2월 면담 직후 면세점 확대를 검토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정부의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결정은 2015년 9월부터 추진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