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D램까지 흡수 중인 AI…스마트폰 값 더 오른다

모바일 D램까지 흡수 중인 AI…스마트폰 값 더 오른다

김남이 기자
2026.04.22 15:00

엔비디아 AI슈퍼컴퓨터 1대에 스마트폰 4600대 분량 LPDDR 사용...원가압박·소비침체 우려

스마트폰 가격대별 원가 중 D램 가격 비중/그래픽=이지혜
스마트폰 가격대별 원가 중 D램 가격 비중/그래픽=이지혜

AI(인공지능) 산업이 저전력 D램(LPDDR) 수급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AI 칩과 데이터센터가 모바일용 메모리까지 흡수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원가 부담이 커진 스마트폰 업체들은 가격 인상과 소비 침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은 최근 경영진에 MX사업부의 연간 적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의 예상이 현실화되면 MX사업부 출범 이후 첫 연간 적자가 된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제조사들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원가 부담에 껑충 뛴 가격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 감소했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용 저전력 메모리인 LPDDR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LPDDR은 기존 D램 대비 전력 효율이 높아 스마트폰에 주로 쓰였지만 최근 AI 시장에서 핵심 메모리로 부상하며 수요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CPU(중앙처리장치) '베라(Vera)'에는 총 1.5TB 규모의 LPDDR5X(7세대 LPDDR)가 탑재된다. 192GB(기가바이트) 용량의 SOCAMM2(소캠2) 모듈 8개가 들어가는 구조다. AI 슈퍼컴퓨터 '베라 루빈 NVL72'는 36개의 베라 CPU가 장착된다.

'갤럭시 S26 울트라'에 보통 LPDDR5X 12GB가 탑재되는 것을 감안하면 AI 슈퍼컴퓨터 한 대가 약 4600대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를 소비하는 셈이다. 테슬라도 최근 설계를 마친 차세대 AI칩인 AI5와 AI6에 LPDDR을 사용할 예정이다.

산업 변화에 메모리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217,500원 ▼1,500 -0.68%)SK하이닉스(1,223,000원 ▼1,000 -0.08%), 마이크론 등은 AI에 최적화된 LPDD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산 기능을 메모리에 통합한 PIM(프로세싱-인-메모리) 기술도 병행 개발 중이다.

D램 공급량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폭발적인 AI 시장의 LPDDR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LPDDR 가격이 전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올랐고, 일부에서는 2분기에도 가격이 80% 이상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스마트폰 원가에 반영된다. 통상 메모리 공급 계약이 분기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가격 상승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조원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8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D램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올해 2분기 2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두 배 수준이다. 낸드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프리미엄 모델은 소비자 가격이 150~200달러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수요 둔화가 예상되면서 관련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를 공급하는 퀄컴은 지난 2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에 전일 방한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나 LPDDR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이 모바일용 메모리까지 흡수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물량 확보도 힘든 상황"이라며 "이미 스마트폰 가격이 올랐지만 하반기에 추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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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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